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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정 13년 9월 을해일, 황상께서 태화전에서 즉위하시고 이듬해의 연호를 건륭 원년이라 하시었다. 


——<청사고[각주:1] 고종[각주:2]본기>


수강궁은 아주 고요했다. 태비들은 수일을 곡하여 모두 지쳤고, 지난 날의 모든 호의와 은총에 따라 흘린 눈물도 이제 거의 남지 않았다.  남겨진 나날을 부귀의 그림자 속에서 살다가, 그런 후에 그것이 셀 수 없는 부귀였다는 것을 알고, 초목이 우거진 깊은 궁을 끝없이 바라보며 적막하고 외로울 뿐이었다. 


선제의 비빈들이 사는 수강궁은 조용하여 마치 죽은 사람의 무덤에서 사는 것 같았다. 이제 갓 십 여 살, 스무 살이 된 선제의 남겨진 후궁들은 모두 먼지에 뒤덮여 한 가닥 활기조차 없었다. 


이렇게 큰 자금성의 궁정에서 서쪽에 떨어져 있는 수강궁은 생동감 넘치는 동서 육궁과는 달랐다. 그곳은 다른 세계였고, 돌아간 황제의 여인들이 사는 곳이며, 색색의 장막과 술장식이 늘어져 있고, 난간은 금분과 붉은 염료로 칠해져 있었으며, 궁의 내전 역시 구름 무늬가 수놓아진 비단이 빽빽하게 드리워져 손에 올리면 묵직하며 부드럽고 촘촘했으며, 변함없이 가장 상서로운 도안이 그려진 제일 좋은 무늬 비단이 진상되었다. 다만 그 비단의 도안은 환희의 경지가 아니라, 사람과 달이 모두 둥근 것을 말하고, 온마음으로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텅 빈 규방에서 기다리는 것이며, 희망을 잘라내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버리는 것이 담겨있었다. 세월에 시들어버리고 처량한 달빛에 자신의 그림자를 돌아보고 자신을 연민하며 모든 것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다. 


복 상궁이 소반에 껍질을 벗긴 유자를 받쳐들고 들어왔다. 이제 막 발을 걷고 들어와보니 수강궁이 어둡고 협소하여 지난 날의 높고 크며 탁 트인 궁중과 비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희미한 단향이 뭉게뭉게 피어오르기까지 하니 이곳에 유폐되어 흩어져 사라질 날을 기다리는 것 같았다. 게다가 선제의 장례 때문에 내부는 어둡고 우중충하게 꾸며져 있어서 거의 새로 해야하게 생겼으니 마음이 시큰거려 견딜 수가 없었다. 복 상궁은 태후가 낮은 침대 위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넋을 잃고 책 한 권을 뒤적이고 있는 것을 보고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웃는 얼굴로 표정을 바꾸어 말했다. 

 복건(福建)에서 진상한 유자가 새콤달콤하고 시원하여 불에 살짝 말려왔사오니 태후께서 드시기 딱 좋습니다.”


태후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네가 수고했구나. 이렇게 힘들게 껍질을 깠으니 애가가 몇 입 먹지 않을 수 없구나.”


복 상궁이 웃으며 말했다. 

 몇 입 드실 수 있는 것도 다 이 유자의 복이옵지요.”


태후가 팔을 잡으니 복 상궁이 의중을 깨닫고 즉시 앞으로 나아가 태후의 어깨 쪽을 두드리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오늘 황상께서 태화전에서 등극하시고 마마께서는 대전에서 함께 계시느라 하루 종일 힘드셨사옵니다. 조금 일찍 자리에 드시어 쉬시는 것이 좋사옵니다.”


태후는 자신의 뺨을 만져보았다. 

 그렇지, 갑자기 태후가 되어버렸구나. 황제가 등극하니 애가의 마음이 평안하다. 오늘 황제를 보고있자니 대전에서 조금도 틀림이 없어 애가는 실로 기쁘고 안심이 되었다. 다만 아직 피곤하지는 않고, 낮은 짧고 밤은 길고 이 긴 밤은 끝이 없으니 잘 수 있겠구나. 


복 상궁은 태후의 이러한 표정을 보고는 협소한 정전을 훑어보며 무슨 말을 하려다 멈추었다. 

 태후께서 마음 놓으실 수 있다면 다행이옵니다. 요 며칠간 억울하셨지요.”


 억울하다고?”

태후는 수중에 유자 한 조각을 들었다. 

 이 유자 조각이 만약 아무렇게나 내버려졌다면 그걸 억울하다고 불러야겠지. 지금 네가 들고 있는 둥근 채색 나비 무늬 쟁반에 담겨서 이미 편안한 자리를 얻었는데 어찌 억울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복상궁은 얼굴을 숙이고 서서 비록 공손한 표정을 지었지만 아무래도 걱정하는 기색을 드러냈다. 

 태후마마, 이 유자는 본래 태후께서 쓰시는 둥근 오색 봉황 무늬 쟁반에 담겨있어야 하옵니다만 지금 여기에 담겨져 있는 것은 모두 만전을 기하지 못했기 때문이옵니다. 태비들이 사용하는 나비 문양 쟁반이 그런대로 쓸만하여 잠시 사용한 것이온데 어찌 억울하지 않겠사옵니까?”


태후는 유자를 입에 넣고 천천히 먹고는 먼 곳을 응시하며 말했다. 

 복가, 애가가 네게 묻건대, 여기가 어디인가?”


복 상궁은 더욱 근심하는 표정을 지으며 불공평한 것에 화가 난 기색을 보였다. 

 이곳은 태비와 태빈들이 거처하는 수강궁이옵니다. 마마께서는 이곳보다 백 배는 더 낫고, 높고 밝으며 더 화려한 자녕궁에 계셔야 정당하옵니다.”


태후의 얼굴에는 한 가닥의 웃음기도 없었다. 

 그래. 태비와 태빈들이 거처하는 곳에서는 당연히 태비들이 써야하는 물건들을 쓰지.”


복 상궁은 이 말을 듣고 자기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였다. 

 태후마마!”

태후가 조용히 “그래”라고 말하며 살짝 눈꺼풀을 들어 평온하고 조용한 눈빛으로 말했다. 

 무엇이냐?”


복 상궁은 온몸이 서늘해졌다. 때마침 금박 도화 촛대의 촛불이 바람에 흔들리는 것을 보고 황급히 손을 내밀어 작은 은가위로 까맣게 타서 구부러진 심지를 자르며 방금 말에 대답했다. 

 소인이 실언하였사옵니다. 태후께서는 용서해주시옵소서.”


태후는 조용히 눈을 크게 뜨고 손을 뻗어 작은 자단목 탁자 위에 있는 암록색 금실로 꽃무늬를 수놓은 비단 탁자보를 어루만지며 담담하게 말했다. 

 너는 애가를 오래 따랐으니 실언하고 못하고 할 것이 뭐가 있느냐. 다만 애가가 네게 묻건대, 후궁의 여인이 줄곧 참고 인내하여 태후라는 이 자리에 오르는 것은 어떤 복 때문이겠느냐?”


복 상궁이 낮고 느린 목소리로 망설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 복은 새 황제를 키운 복이 아니라 선제의 황후의 복이옵니다.”


태후는 깊은 한숨을 쉬자 주렴 바깥으로 가을 바람이 부는 듯 하여, 구중 궁궐 깊숙한 곳까지 황혼 무렵의 안개가 조용히 스며드는 것 같았다. 


 복가, 애가는 황제의 친 어미가 아니며, 지금까지 선제께 황후로 책봉 받은 적도 없다. 애가가 가진 복은 다만 운 좋게 양육했던 것에 지나지 않는다. 애가가 이렇게 태후로 책봉받은 것은 명분이 서지 않는 일이고, 황제가 애가를 마음에 두지 않았다면 애가도 어쩔 도리가 없는 일이니라.”


복 상궁은 미간을 내려앉히며 정색했다. 

 선제께서 계실 때 황상은 태후마마의 소생이라 표명하셨고, 황상께서는 마마가 아니라면 설마 열하 행궁에서 궁녀 이금계의 유해를 찾아내어 태후로 모시기라도 하신단 말이옵니까? 천하의 사람들이 꾸짖을 것이 두렵지 않겠사옵니까? 하물며 선제께 황후가 있지만 몇년 동안 있으나 마나 했고 육궁의 일은 모두 태후께서 처리하셨사옵니다. 마마께서 혼심의 힘을 다하시어 황상을 지존의 자리에 올리셨는데 마마께서 태후이신 것이 만약 명분이 서지 않는 일이라면, 그럼 누가 이 자리에 앉을 수 있겠사옵니까?”


태후는 백은에 비취 구슬로 상감한 호갑투를 천천히 어루만졌다. 

 이 이야기는 명분이 정당하고 사리에 맞는구나. 그러나 황상의 심중에 이러한 생각이 있는지, 애가가 키워준 은혜를 생각하고 있는지는 단언하기 어렵지.” 


복 상궁이 물었다. 

 내무부에서도 자녕궁을 이미 다 정돈해두었으니 마마께서 궁을 옮기시기를 와서 몇번이나 청하였사옵니다. 허나 마마의 생각은……”


태후가 살며시 웃었다. 

 궁은 옮기게 마련이다. 다만 황상이 스스로 생각해서 해야 하는 일이고 애가가 먼저 입밖에 낼 수 없다. 그런 까닭에 황제가 어느 날 애가에게 자녕궁으로 옮기라 청하지 않고 내무부가 청하는 것이라면 애가도 미적미적할 수 밖에.”


복 상궁은 얼굴을 찡그리며 망설였다. 

 선제께서 붕어하시고 황상께서 이제 막 등극하시어 바깥의 일이 천만 갈래로 뒤엉켜 있으니 황상께서는 이미 이틀이나 문안올리지 않았사옵니다. 걱정되는 것은, 황상께서 입을 다물어버리시면 설마 우리가 계속 여기에 머물게 되는 것이옵니까?”


태후는 손을 뻗어 호갑으로 촛대 위에 흐른 붉은 촛농을 빼냈다.

 황제의 궁 안에 있는 사람이 비록 많지는 않지만, 잠저에서 부터 따라온 사람들은 어느 하나가 참고 견뎌서 올라온 사람들이니 어느 하나 뛰어나지 않은 사람이 없다. 그 중 하나 다른 사람보다 경계할 줄 알고 총명한 자가 알아서 해야지. 애가에게 황제는 친아들이 아니고, 정실이라는 신분도 없으니, 만약 황제의 효심과 존중마저 없다면 후궁의 권력은 모두 사라지고 그러면 아무 것도 없게 되는 것이다.”


신 황제가 등극하니 청앵 역시 무척 기뻐했다. 청앵이 처음 시집 와 잠저에 들어왔을 때에는 조금 억울했었다. 왜냐하면 선제가 가장 아끼는 아들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청앵은 그녀의 부군이 분쟁의 소굴에서 자신을 꺼내주어 감격하기도 했다. 함께 산 기간이 오래 되자 청앵은 그녀의 부군이 주의깊고 신중하기는 하지만 포부와 재능이 넘치고 인내심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조금씩 발견하게 되었다. 조금씩 참고 기다리다가 봄에 돋아나는 죽순같이, 점점 선제의 주의를 끌고, 점점 선제의 신임을 받았다. 그의 노력은 헛되지 않아 결국 기쁘고 영광스러운 오늘을 맞이한 것이다. 그것은, 또한 그녀의 영광이자 기쁨이기도 했다. 


저녁 식사 시간에 청앵은 감정을 스스로 억제하기 어려워 주방에 분부하여 황제가 좋아하는 간단한 요리 두 가지를 준비하게 했다. 비록 이런 밤중에 황제가 분명 후궁에서 수라를 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 조정에서 큰 연회가 있었고 이것은 황제의 기쁨이자 온 세상 사람들의 기쁨이었다. 그러나 청앵은 황제가 평소 좋아하던 요리들을 보며 그녀 역시 기뻐하고, 황제와 마찬가지로 그녀의 마음이 늘 그와 함께 있다고 생각하고 싶었다. 


식사를 하고 난 후에도 아무 일이 없었다. 황제의 신경은 온통 조정에 있었고 후궁을, 명분도 없는 그녀들을 돌볼 틈이 없었다. 청앵이 기쁨에 겨운 시간도 고요하고 적막했다. 청앵은 그저 황제가 조정에서 원기왕성하고 만인지상의 늠름한 기개를 보이는 것을 끝없이 상상할 뿐이었다. 황제는 포부가 있고 열정이 있으며, 이 나라의 강산을 향한 열렬한 갈망이 있었다. 청앵은 황제가 입가에 어린 옅은 미소 뒤에 이런 원대한 포부가 있었음을 떠올렸다. 


이렇게 멍하니 생각하고 있는데 전각의 문이 살짝 열리며 아약의 마른 몸이 재빠르게 들어오는데 청록색 치마와 옷자락이 마치 살짝 말린 연잎과도 같았다. 아약이 청앵의 귓가에 작은 목소리로 몇 마디 말하니 청앵의 표정이 얼어붙었다가 가까스로 진정했다. 

 누가 네게 알리더냐?”


아약의 목소리가 극도로 낮아지며 들릴듯 말듯 했다. 

 경인궁 윗전마마 주변에 아직 수아라는 궁녀 하나가 남아있사온데, 이 궁녀는 경인궁 윗전마마께서 입궁하실 때 데려온 심복이옵니다. 수아가 남몰래 달려와 소인에게 알리기를, 경인궁 마마께서 그리 좋지 않으시니 반드시 마마를 한 번 보아야겠다고 하였습니다.”

아약이 청앵의 표정을 살피니 몹시 심각하여 마치 비내리기 전의 하늘 같아서 서둘러 권했다. 

 소인이 소주께 쓸데없는 말을 전했사옵니다. 가지 않으셔도 되어요.”


청앵은 손가락에 낀 법랑 오팔 수정 호갑을 돌렸다. 그 오팔 수정의 넘쳐 흐르는 빛나고 투명한 빛이 망설이는 심정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청앵은 주저하며 물었다.

 어찌?”


아약은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경인궁 마마는 태후의 큰 우환거리입니다. 만약 태후께서 아시면, 아니 태후가 아니어도, 궁중의 그 어느 한 명이라도 알게 된다면 소주께 어마어마한 재앙이 되고 다시는 되돌릴 수 없을 것이옵니다. 더군다나 경인궁 마마께서 소주를 확실히 좋게 본다고는 할 수 없사옵니다.” 

아약은 망설이고 또 망설이다 말했다. 

 소주 자중하시어요.”


청앵의 고모는 청앵에게 잘해주었다고는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청앵 집안의 영화와 안일을 주었고, 여러가지 이유로 일이 잘못되어 청앵이 지금의 낭군에게 시집가도록 이끌었다. 청앵에게는 그녀를 만나러 가지 않을 수많은 이유가 있었지만, 결국 그녀는 여전히 망설이면서도 일어났다.


밤길은 끝이 없었고, 청앵은 처음으로 자금성의 아득한 어둠을 걷고 있었다. 아약은 앞에서 등롱을 들고, 청앵은 몸에 매화 꽃송이를 흩뿌리듯 금사로 수놓은 망토를 걸쳤다. 어둡고 짙은 색상은 본래 사람들이 발견하기 어려운 색이었다. 사람들이 정말 발견하게 되더라도 청앵을 다른 비빈으로 여기면 그만이었다. 


동일장가(东一长街)의 끝에 경인문이 있고, 석조 가림벽을 끼고 돌면 그곳이 바로 경인궁이었다. 모퉁이의 작은 문 근처에 한 궁녀가 지키고 있으면서 청앵이 오는 것을 보면서도 한 마디도 묻지 않았다. 아약은 자연스럽게 밖에서 기다렸다. 청앵은 넓다란 안뜰로 걸어들어가며 온 벽에 가득한 익숙한 용봉 채색화를 보니 눈시울이 저절로 붉어졌다. 


이 곳은 일찍이 와보아 익숙했다. 그러나 이제 다시 오니 감개무량하면서도 처량했다. 이곳에 사는 일찍이 가장 존귀했던 여자는 이미 총애를 잃고 권세도 잃어 감금된 죄수와 같았다. 청앵은 이곳에 들어오지 않을 이유가 수없이 많았지만, 그럼에도 이곳에 왔다. 


왜나하면 그들의 몸에는 같은 피가 흐르고 있기 때문이었다. 


청앵은 잠시 망설이다가 바닥에 가득한 초연한 달빛을 밟으며 걸어들어갔다. 뒤에는 바닥에서 쌀알을 쪼아 먹는 비둘기가 있었는데 튀어오르는 것이 흰색의 유령같았고 오로지 게걸스럽게 먹는 데만 몰두하여 청앵이 오는 것에도 신경 쓰지 않았다. 심지어 푸드덕거리지도 않았다. 어쩌면 전각 안에 있는 사람과 비교하자면 비둘기들이 오히려 경인궁의 주인같았다. 


청앵이 붉은 옻칠을 한 꽃문양이 조각된 무거운 대문을 밀어서 열자, 안에서 곧바로 그동안 보수하지도 청소하지도 않은 먼지 냄새가 풍겨와 청앵은 숨이 막혀서 입과 코를 가렸다. 


전각 안에는 그리 많이 켜지 않은 촛불이 있었고, 촛대 위에는 기름찌꺼기가 쌓여 초 몇개는 지저분하게 들러붙어서 타고 있었으며, 불꽃은 금방이라도 꺼질 것 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비춰 들어오는 한 줄기 은은한 달빛에 의지하여 청앵은 곧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옥좌 위에 앉아있는 저 그림자가 그녀의 고모라는 것을 알아보기에 충분했다. 


청앵은 작은 소리로 불렀다. 

 고모님.”


그 사람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한 무리 그림자처럼 청앵의 곁으로 다가와 싸늘하게 말했다. 

네가 왔구나.”


청앵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살을 베고 뼈를 쪼개는 것 같았습니다. 저와 고모님에게는 모두 오라나랍 씨의 피가 흐르고 있지요.”


그 사람이 웃었다. 그 소리는 마치 밤 올빼미 같이 목이 쉬고 나지막한 소리였다. 

 그래. 이전에는 어쨌든 간에 네게 할 말이 있어 너를 불렀다.”


청앵은 그녀의 웃음소리를 듣자 온 몸에서 전율이 일었다. 청앵이 앞에 있는 사람을 세심하게 살펴보니, 슬픔과 괴로움과 감개무량함이 마음을 무수히 찔러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고모님은 나이가 드셨군요. 요 몇년 간 고모님께서 고통을 받으셨습니다.” 


왜 늙지 않았겠는가? 당시의 오라나랍 씨는 비록 제일가는 미모는 아니었지만, 육궁의 주인으로써 단정하고 눈부셨다. 


오라나랍 씨는 깔깔거리며 웃고는 차갑게 말했다. 

 내 비록 늙었고 너는 여전히 젊으니, 바로 이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청앵은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고모님, 오늘 등극한 것은 홍력입니다. 태후의 양자말입니다.”


오라나랍 씨는 잠시 하늘을 쳐다보며 웃었다. 웃는 눈가에는 눈물이 방울방울 맺혀있었다. 

 경하할 일이구나, 경하할 일이야. 너도 소원 성취했구나. 훌륭한 보답을 받았어.”

오라나랍 씨의 얼굴에 갑자기 서늘한 기운이 돌더니 안색이 조금 처절하고 흉악했다.
 누가 등극하고 누가 황제가 되든, 누가 황후가 되고 누가 죄인이 되든, 모두 네가 말할 필요 없다. 오늘 뉴호록 씨가 나를 보러 와서 내게 말했다. 신 황제가 선제의 먼저 간 복진인 내 언니를 추존하여 효경황후로 봉하고 내가 평생 지은 덕행은 모두 내 언니의 것으로 기록한다더구나. 뉴호록 씨는 선제의 소망을 이루기 위해 언니가 살아있는 것으로 하였다. 나는, 나는, 사서에 기록되지도, 태묘에 모셔지지도 못하고 훗날 이름도 성도 없는 선제의 비빈의 신분으로 매장한다고 한다. 소리도 숨결도 없이 나는 그저 바람이 불면 흩어져 한 점 흔적도 남기지 못하는 후궁의 한 자락 연기와 먼지가 될 뿐이다. 좋구나, 좋아. 참으로 악독한 뉴호록 씨여! 그리도 악독하니, 청앵, 너는 잘 보고 배우거라!”


청앵은 모골이 송연하여 그 자리에서 굳어져 식은 땀만 줄줄 흘리고 있었다. 아주 작은 벌레가 천천히 기어올라오는 것 같아서 지나가는 곳마다 오싹했다. 


오라나랍 씨는 청앵을 경멸하듯 흘끗 보았다. 

 저리 쓸모없어서야, 내가 너를 부른 마음이 모두 허사로구나. 마음이 들뜨고 경망스러워 지난 번과 별반 달라진 것이 없는 것을 보아하니 큰 그릇은 못 되겠구나.”


청앵은 정신이 들어 간신히 침착하게 말했다. 

 큰 그릇이 되고 못 되고 간에, 제게 오늘이 있는 것은 고모님의 공로이옵니다.”


오라나랍 씨는 청앵을 슬쩍 보고는 느릿느릿 말했다. 

 공로라? 당시 삼황자 홍시가 한 때 어리석어 너를 복진으로 맞으려 하지 않고 네게 모욕을 주었는데 너는 자연히 마음속으로 불복했지. 나는 네가 굴욕을 참고 일단 격격의 지위로 들어가 옆에서 시중들고 있으며 훗날을 도모하길 바랐으나, 너도 모욕을 당했다 여기고 신분을 낮추어 들어가려 하지 않았다.”


청앵은 잠시 말이 없다가,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비록 모두 첩실이나 삼황자는 제게 뜻이 없었고, 선제의 영 귀인에게 반하여 엄청난 화를 불러왔지요. 삼황자에게 시집가지 못한 것은 제게는 운이 좋았습니다. 사황자에게 시집 간 것을 저는 지금까지 후회한 적이 없사옵니다.”


오라나랍 씨는 눈을 뜨지 않았다. 

 그러나 홍력에게 측복진으로 시집간 것을 너는 만족하느냐? 결국 측복진도 좋고 격격도 좋지만 모두 첩실일 뿐이다.”


청앵은 홍력을 떠올리자 그저 수없이 많던 사무치는 마음이 모두 풀어져 열리고, 다만 꿀처럼 달콤한 것들만 남았다. 

 황상께서 저를 매우 총애하시니 삼황자는 제게 아무 것도 아닙니다. 총애의 많고 적음이 곧 청앵이 분별할 줄 아는 것입니다.”


오라나랍 씨는 웃고는 씁쓸한 말투로 말했다. 

 제왕가에 있으면서 애정을 논하다니 어찌 우스운 일이 아니겠느냐?”

오라나랍 씨는 청앵이 그렇게 여기지 않는 모습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 

 그 나이에는 당연히 잘 모르겠지. 그것도 좋지. 모르면 모르는 대로 좋은 점이 있지. 제 딴에는 편안하고 즐거우니. 그러나 언제는 편안하고 즐거운 때가 있었느냐. 그러나 청앵……오늘부터 너는 왕부의 측복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 황궁 깊숙한 후원이 어찌 일개 보잘것없는 왕부와 비할 수 있단 말이냐?”


청앵은 이 며칠 간의 처지를 떠올리고는 자기도 모르게 눈썹을 찌푸렸다. 오라나랍 씨는 청앵의 표정을 살펴보고는 쌀쌀하게 말했다. 

 어찌 된 것이냐? 이제 막 입궁하여 명분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는데 벌써 풍파가 일어난 것이냐?”


청앵은 오라나랍 씨를 바라보다가 숨을 죽이고 마음을 가다듬으며 정중하게 무릎을 꿇고 절했다. 

 청앵이 어리석고 사리에 어두우니 부디 고모께서 가르침을 내려주소서.”


오라나랍 씨가 차갑게 웃었다. 

 모처럼이구나. 나는 전쟁에 진 장수이고, 선제께서 죽을 때까지 싫어서 회피하신 버림받은 여인인데 아직도 내게 가르침을 청하는 사람이 있다니.”


청앵이 허리를 굽혔다. 

 고모님은 비록 자식도 없고 총애도 얻지 못하셨지만, 황후의 자리를 오랫동안 지키셨죠. 만일 태후가 아니었다면 오늘 옥좌 위에 앉아 계신 분은 아마도 고모님이셨을 것입니다. 설령 고모님이 오늘 깊은 궁전 안에서 곤궁에 빠져 계시더라도 청앵은 여러 방면에서 고모님을 따라잡기 어려울 것입니다.”


오라나랍 씨가 고개를 돌렸다. 

 그 때 너의 혼담이 이루어지지 않아 궁중의 웃음거리가 되었는데 나를 원망하지 않느냐? 이제 너는 뉴호록 씨의 며느리이니 내가 구태여 너를 가르칠 필요가 있느냐?”


청앵은 잠시 망설이다가 간절하게 오라나랍 씨를 바라보았다. 

 “그것은 고모와 제가 모두 오라나랍 가문의 여식이기 때문입니다.”


오라나랍 씨는 창밖으로 새카만 하늘을 바라보다가 그저 자신의 암울한 모습을 보았다. 오라나랍 씨의 목소리는 약간 쉬어 있었다. 

 이제 나는 대청의 국모가 아니고, 선제의 황후가 아니며 누군가의 어머니도 아니다. 내게 남은 유일한 신분은 오로지 오라나랍 가문의 여식이라는 것 뿐이다.” 

그녀는 잠시 멈추었다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당시 효공인태후가 내게 말했다. 오라나랍 씨의 여식은 반드시 정실 중궁이어야 한다고. 이제 내가 이 같은 말을 너에게도 한다면, 너는 어찌하겠느냐?”


마음 속에서 놀라움이 갑자기 치고 올라와서 청앵은 놀라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가 조금 두려워져서 낮게 말했다. 

 청앵은 감히 주제넘게 황후의 자리를 바라지 않사옵니다. 다만 오랫동안 황상의 애정이 깊어 총비가 될 수 있기를 바라옵니다.”


오라나랍 씨는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었다. 

 총비라고? 총애를 받는 것 말고 또 뭐가 있느냐? 총비의 권세가 가장 큰 것은 총애를 받기 때문이지. 여인이 총애를 얻었다가 이후에 총애를 잃는다면 곧 죽느니만 못하게 될 것이다.”

오라나랍 씨는 차갑게 청앵의 두 눈을 훑었다. 

 우리 오라나랍 가문에서 어찌 너같이 한 치 앞을 못보는 것이 나왔을꼬?”


청앵은 얼굴이 불타오르는 것 같아 멋쩍게 두 손을 드리우고 서서 감히 말하지 못했다. 


오라나랍 씨가 말했다. 

미인의 한창 때가 지나가는 것을 애석하게 기다리다 간교한 마음은 모두 다 써버렸으니 너는 이제 무엇으로 총애를 다투려 하느냐? 고모가 네게 묻나니, 총애는 겉면이고 권세는 내면이니, 너는 어느 것을 원하느냐?”


총애와 권세는 마음 속에서 피어나는 가장 아름다운 꽃이다. 어느 것이든 모두 이 덧없는 인생에서 아름다운 것이고 인간 세상을 놀라게 할 만한 것이다. 청앵은 잠시 생각해보더니 은밀히 결정했다. 

 청앵은 욕심이 많으니 당연히 두 가지 모두 얻고자 하옵니다. 다만, 만약 둘 다 얻을 수 없다면 권세가 가장 중요하옵니다.”


오라나랍 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 말은 조금 장래가 보이는 말이구나. 궁문은 바다와 같이 깊으니 사람이 발붙이고 서기 어렵다. 더군다나 너는 나의 조카딸이니 후궁에 발붙이려면 더욱 지극히 곤란할 것이다.”


청앵은 속사정을 듣고 더욱 고개를 숙였다. 잠시 청앵이 고개를 들고 큰 소리로 말했다. 

 비록 어렵지만, 청앵에게는 퇴로가 없으니 다만 앞으로 나아갈 뿐이옵니다.”


오라나랍 씨의 눈이 갑자기 번뜩이며 마침내 조금 기쁘고 안심이 되는 기색을 드러내며 천천히 손을 내밀어 청앵을 일으켰다. 

 후궁에 발붙이고 살려면 은총, 황자는 물론 빠져서는 안되지. 허나 청앵, 너는 반드시 참고 더 모질게 마음을 먹어야 한다. 화근을 뿌리뽑고 후환을 남겨서는 아니된다. 깔끔하게 처리하여 빌미를 주어서도 아니된다. 네가 높이 올라가고자 한다면 조금 높이 올라가는 것에 그쳐서는 아니된다. 네가 조금 높아지면 사람들은 모두 시샘하여 너를 모해하고자 할 것이다. 그러나 남들보다 네가 더 많이 이기고, 일을 꾀하는 것을 더욱 멀리하고, 그렇게 굴복하고 경외하게 한다면 그들은 더욱 두려워하여 감히 너를 다시 해치려 하지 못할 것이다.”


청앵이 조금 사리에 어둡자 오라나랍 씨는 청앵을 흘끗 보고는 관심 없이 계속 말했다. 

 후궁에서는 사람들이 모두 얻을 것만을 생각하고 잃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청앵, 네가 알아야 할 것은, 사람이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을 때에야 비로소 진정으로 아무 것도 두려울 것이 없는 때인 것이다.”

오라나랍 씨는 크게 탄식했다. 

 나의 과실은 지나치게 황후의 자리를 염두에 둔 것이고, 선황의 정을 마음에 두었기 때문이니 비로소 이런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이다.”


청앵은 무엇인가 깨달은 듯 했다. 

 고모님 말씀은 욕심이 없으면 굳건할 수 있다는 말씀이옵니까?”


오라나랍 씨는 약간 고개를 끄덕이며 냉담하게 말했다. 

 내가 네게 가르칠 수 있는 것은 이것 뿐이다. 싸움에 진 장수의 허튼 소리는 네가 유용하다 생각하면 듣는 것이고, 쓸모없다면 한 귀로 흘려버리면 그만인 것이다. 시간이 늦었으니 너는 가보거라. 남의 시선이라도 끈다면 내일 아침에는 죽음이 닥쳐올지도 모르지.”


청앵은 일어나 물러나겠다 인사했다.

 청앵은 먼저 물러가겠사옵니다. 이후에 만약 방법이 생기면 다시 와서 고모님을 문안하겠사옵니다.”


오라나랍 씨는 무관심하게 말했다. 

 필요없다. 다시 만나는 것도 서로 번거로운 일이다.”


청앵은 말이 없었다. 

 태후께서는 고모님을 어떻게 처분하실지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 


오라나랍 씨는 턱을 치켜 들고 오만하게 말했다. 

 나는 당당하게 대청의 궁문을 걸어 들어온 황후인데 설마 내가 그녀가 하는 말을 들으라는 말이냐? 너는 너 스스로 살 길이나 도모하거라.”


청앵은 묵묵히 작별인사를 올리고 밖으로 걸어나갔다. 전각의 문에 다다랐을 때 오라나랍 씨가 갑자기 외쳤다. 

 청앵”

그 목소리는 마치 조금 처절한 듯 하여 청앵은 마음 속이 떨려 곧바로 고개를 돌렸다. 오라나랍 씨가 처연히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오라나랍 가문에서는 이미 버림받은 여인이 나왔으니, 다시 또 버림받은 여인이 나와서는 아니된다! 너는……”


이것이야말로 한 여인의 일생의 피눈물이 담긴 말이 아닌가!


청앵은 눈물을 참고 더할 나위 없이 정중하게 말했다. 

 청앵은 잘 알고 있사옵니다.”


오라나랍 씨는 곧 평소와 같이 담담해져서 천천히 옥좌로 걸어가 그 위에 단정하게 앉아서 조용히 말했다. 

 너는 영원히 기억하거라. 너는 오라나랍 가문의 딸이니라.”


청앵은 코가 시큰거리고 그저 무한히 억울하고 원통했다. 옥좌 위의 오라나랍 씨는 진작에 세월에 시들고 쇠약해졌으나, 여전히 품위있고 단정하며 찬란하여 국모의 풍채를 조금도 잃지 않았다. 청앵은 감정을 스스로 억제하기 힘들어 예를 갖추어 물러나 엎드려 세 번 머리를 조아리고 고개를 돌려 떠나왔다. 


아약이 긴 길의 깊숙한 곳에서 걱정스러운 고양이처럼 초조하게 망보며 있다가 청앵이 나오는 것을 보고 비로소 한시름 놓았다.

 소주, 이제야 나오셨군요.”


청앵이 황급히 물었다.

 아무도 보지 못했느냐?”


아약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도요.”

그녀는 급하게 바람막이 망토를 청앵에게 주고 청앵의 손을 부축하여 앞으로 나아갔다. 


두 사람은 너무 황급히 걸어와 자기도 모르게 너무 멀리까지 와버리고 나서야 비로소 들고 있던 마음을 조금 내려놓을 수 있었다. 아약이 당돌하게 물었다. 

 경인궁 마마께서 갑자기 소주를 보자고 하시더니 도대체 무슨 일이었사옵니까?”


밤바람이 유유히 불어와 망토를 휘날려, 마치 가지에 애처롭게 매달려있는 나비 같았다. 청앵은 천천히 걸음을 멈추고 멀리 깊고 차가운 하늘에 차갑고 희미하게 빛나는 별빛을 바라보니 그저 끝없이 슬펐다. 

 이것이…… 아무래도 내가 고모님을 마지막으로 뵙는 것이겠구나.”


아약이 크게 놀랐다. 

 경인궁 마마께서……”


청앵은 눈물을 머금고 말했다. 

 고모님의 성정으로는 자신에게 굴욕을 주는 다른 사람 밑에서 억울하게 계시지 못한다. 차라리 옥처럼 아름답게 부서질지언정 구차하게 목숨을 부지하지는 않으실게야.”


청앵은 어둡고 좁고 길다란 길 위로 먹색 하늘을 바라보고, 눈길이 닿는 데까지 멀리 바라보니 조정의 태화전, 중화전, 보화전이 아직도 시끌벅적하여, 오색 불꽃이 자금성의 끝없는 검고 깊은 밤하늘로 찬란하게 날아올라 고요한 밤하늘을 한낮과 같이 밝게 비추니, 밝은 달이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어디서 날아왔는지 모를 한 마리 갈가마귀가 화려한 불꽃에 놀라 검고 짙은 날개를 퍼덕이며 까악 까악 울며 멀리 날아갔다. 


청앵은 떨어지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몸을 숙여 경인궁 쪽을 향하여 무릎을 꿇고 깊이 절했다. 아약은 청앵이 절하는 것을 보고 놀라 서둘러 청앵을 부축하며 말했다. 

 소주, 바닥의 벽돌이 차가우니 몸 조심하셔야 하옵니다.”

청앵은 아약의 손을 잡고 갑작스레 몸을 일으키고는 다시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아약이 청앵을 슬쩍 보니 그녀의 표정이 차갑기가 서리와 같아 얼굴에 눈물 자국이라고는 한 점도 없었다. 하늘에는 폭죽이 찬란하고 화려한 빛깔을 내어 겹겹이 붉은 궁성을 밝히고, 수많은 감정이 소용돌이치는 청앵의 얼굴을 비추니 그녀의 눈처럼 하얗고 얼음처럼 고요한 얼굴색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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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원문에서 아약이 오라나랍 황후를 노주자(老主子, 라오주쯔)라고 부릅니다. 오직 황후만 주자마마라 부를 수 있고, 세대가 바뀌며 황후가 새로 들어오면 이전의 황후는 태후가 되니 호칭은 노주자마마가 되는 것이지요. 이게 그냥 민간의 귀족가문정도만 되어도 큰 마님, 작은 마님(이 호칭은 정실과 첩실을 구분하여 부를 때도 쓰겠군요)이나 노부인, 노마님 정도로 하고 넘어갈 수 있는데, 이게 청 황실이 되니 좀 난감해졌습니다. '주자마마'라고 음독을 그대로 쓰는 게 싫어서 윗전마마라고 바꾸었더니 '노주자'가 튀어나와서 이걸 노윗전(...)/늙은 윗전/노주자/노주인/노마마(;;;;;) 등등 이라고 하지 못하는 웃기는 상황이 되어버려서 그냥 '경인궁 윗전마마', 줄여서 '경인궁 마마'라고 했습니다. 그래도 다 알아들으시죠? (웃음) 나중에 1권을 다 번역할 때쯤 되면 이런 특유의 명칭들을 한 번 다듬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습니다. 일단 방영 전 내용 파악이 급하니까요.


2. 이번 장 이거 이거 복선 맞죠... 










  1. [역자주] 청사고(清史稿)는 신해혁명 이후 중화민국이 수립된 이후에 편찬된 역사서로, 청 태조가 나라를 세우고 즉위한 1616년부터 신해혁명으로 청 왕조가 몰락하는 1911년까지의 역사를 기록했다. [본문으로]
  2. [역자주] 건륭제의 묘호(군주가 승하한 뒤 붙이는 칭호)가 고종(高宗)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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