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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의 달빛은 이렇게나 어둡고 캄캄하여 실낱같은 달빛도 보이지 않았다. 청앵은 나지막히 말했다.

 아무래도 비가 내릴 것 같구나.”


예심이 상냥하게 말했다. 

 소주께서는 처마 아래로 드시지요. 빗방울이라도 떨어지면 감기 드실까 걱정입니다.”


마침 소심이 태의와 함께 나왔다. 태의는 청앵을 보자 한쪽 무릎을 굽혀 절하며 말했다.

 소주께 안부 여쭈옵니다.”


청앵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어나시오. 윗전마마의 봉체 무탈하신가?”


태의는 황급히 대답했다. 

윗전마마께서는 아주 편안하십니다. 다만 연일 국상을 주관하시느라 고단하시고 또 너무나 상심하시어 이러하신 것입니다.”


청앵은 예의바르게 말했다. 

 태의가 수고가 많소.”


소심이 말했다. 

 태의는 서두르시지요. 마마께서 처방과 약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태의가 예예 대답했고 소심은 얼굴을 돌려 청앵을 향해 미소지으며 아주 예의를 차려 말했다. 

 소주께 아뢰옵니다. 윗전마마께옵서는 안에서 쉬고 계시오니 오늘 밤에는 국상을 주관하러 다시 대전으로 돌아가실 수 없을 것으로 사료되옵니다. 윗전마마께서 말씀하시길, 모두 소주께 수고를 끼치게 되었다고 하셨습니다.”


청앵은 소심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 부찰씨가 희월에게 믿고 맡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며, 다만 자신의  대응에 의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서둘러 대답했다. 

 윗전마마께서는 안심하시고 몸조리 하십사 전하게.”


청앵이 전각으로 돌아가자, 전각을 가득 채운 상복 입은 자들의 흐느끼는 소리가 이미 많이 약해졌고, 무릎을 꿇고 곡을 한지 대략 하루가 되어 어느 누구도 지치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청앵은 전각 밖에 있는 궁녀에게 분부했다. 

 몇몇 연로한 종친 복진들은 밤샘의 고통을 견디기 어려우니, 너희는 수라간에 가서 인삼탕을 푹 고아와 복진들이 조금 마시도록 청하라. 혹여 견디지 못하는 분들이 있으면 곧바로 편전에서 쉬시도록 청하고, 자시[각주:1]에 곡할 때 다시 모시도록 하라.”


궁녀들이 모두 대답하고 물러갔다. 전각 안에서 약간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희월이 눈에 띄었다. 청앵이 안으로 들어가서 말했다. 

 방금 아우님이 윗전마마를 대신하여 모든 것을 주관해야 했으니 이거참 아우님이 고생이 많군.”


희월은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담담하게 말했다. 

 아우님이라는 말이 꽤나 술술 나오는군. 기실 나이를 따지자면 내가 아우님보다 일곱 살이 더 많다네.”


청앵은 그녀가 무엇을 가리키는지 알았다. 잠저에서 그녀는 본래 서열상 제1 측복진이며 명분이 분명했지만 나이가 많지는 않았다. 곧바로 아랑곳하지 않고 어렴풋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래?”


희월은 그녀가 개의치 않아하는 것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슬그머니 화가 나서 고개를 돌리고 그녀와 다시 이야기하려 하지 않았다. 


한 시진이 지나 곡을 할 시간이 되었다. 온 궁이 고요했고 사람들은 몰려오는 졸음을 참으며 기운을 냈다. 온 힘을 다해 슬피 울지 않으면 ‘선황에 대한 불경’이라는 죄명이 떨어질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예식을 주관하는 태감이 큰 소리로 외쳤다.

 곡을 하시오!” 

사람들은 비빈들이 앞장서서 무릎을 꿇고나서야 소리내어 곡을 할 수 있었다. 


부찰 씨가 없었기 때문에 청앵이 제일 첫 번째로 무릎을 꿇고 곡을 하려 할 때였다. 아무도 그녀 옆에 있던 희월이 앞질러 무릎을 꿇고 슬프게 통곡할 줄은 몰랐다. 


희월의 목소리는 본래 부드럽고 아름다운데 곡을 하니 더욱 맑고 유연하여, 자못 한 사람이 노래하니 세 사람이 화답하여 읊조리는 것 같아 매우 슬펐다. 저 멀리 바깥에 서서 시중드는 잡일하는 어린 태감들도 자기도 모르게 비통한 마음이 들었다. 


잠저의 지위와 서열에 따르면 희월은 청앵의 뒤에 서야 하지만, 희월이 제멋대로 뛰어들어 청앵보다 앞서 곡을 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에 뭇 사람들은 모두 잠시 얼이 빠져있었다. 


잠저의 격격인 소록균은 더욱 말문이 막히어 참지 못하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

 월복진, 이것은… 청복진의 자리이고, 월복진의 상석입니다.”


희월은 소 씨의 말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미동도 하지 않은채 꿇어 앉아 흐느껴 울었다. 


청앵은 여러 사람들 앞에서 창피를 당하여 마음 속으로 화가 치밀었지만 억지로 참으며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예심은 벌써 안색이 변하여 곧바로 앞으로 나아가 말을 하려는데, 청앵이 몰래 막아서며 뒤에 있는 격격 소록균을 흘끗 보고는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록균이 의중을 깨닫고 곧 청앵을 따라 무릎을 꿇자 뒤에 선 격격들이 한명 한명 따르고, 그런 후에 종친과 귀족 복진, 고명부인, 궁녀, 태감이 희월을 따라 오른손을 들고, 몸을 굽혀 절을하고, 일제히 곡을 하기 시작했다.   


애통해하는 소리 가운데, 청앵은 희월의 치켜올린 가느다란 손목을 노려보았다. 반쯤 바깥으로 드러난 겹겹의 상복 소매 사이에서 한 뭉치의 비취 구슬이 금실로 엮인 연화 팔찌가 촛불에 드러나 여인의 맑은 눈의 광채처럼 반짝이자 청앵의 두 눈이 아파왔다. 청앵이 예절에 따라 몸을 굽히며 자신의 손목에 있는 같은 모양의 팔찌를 보자 입술을 꽉 깨물었다. 


의식을 마칠 때까지 기다리니 이미 자시가 절반이나 지나 있었다. 희월은 먼저 몸을 일으켜 뭇 사람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오늘은 잠시 물러가 쉬고 내일 다시 예를 행할 것이니, 여러분은 때 맞춰 오십시오.” 

이와 같으니 사람들은 서열에 따라 물러갔고, 청앵은 시큰거리는 무릎을 짚으며 몸을 일으켜 예심의 부축하는 손에 의지하여 한마디도 하지 않고 바깥을 향해 나갔다. 


격격 소록균은 그동안 담이 작아 매사 두려워하였으니, 묵묵히 시녀의 손을 놓고 바짝 뒤쫓아갔다. 


청앵은 마음 속에서 화가 치밀어 올라 전각 문을 나와 가마에도 앉지 않고 걸었다. 발걸음은 갈수록 빨라져 긴 길의 깊은 곳까지 곧장 걸었다. 결국 예심도 견디지 못하고 외쳤다. 

 “소주, 소주, 좀 쉬었다 가셔요.”


청앵은 천천히 걸음을 멈추고 숨을 돌렸다. 그제서야 다리의 통증이 살살 느껴졌다. 고개를 돌려 록균의 귀밑머리가 살짝 흐트러지고 숨을 헐떡이는 것을 보고 비로소 자신이 너무 황급히 걸어 록균이 뒤따르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청앵은 자기도 모르게 쓴웃음을 지으며 상냥하게 말했다. 

 자네는 삼황자를 낳은지 이제 삼개월 밖에 되지 않았는데 이렇게 나를 따라 달렸으니 어찌 몸이 상하지 않겠는가?” 

청앵은 그녀의 허약한 모습을 보자 더욱 참을 수 없었다.

 자네가 나를 뒤따르는 것을 발견하지 못한 내 잘못일세.”


록균이 쭈뼛쭈뼛했다.

 측복진께서는 말씀이 과하십니다. 제 몸은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오늘…… 고형님이 그토록 실례를 저질렀으니 어쩌면 좋습니까?”


청앵이 막 말하려던 참이었지만, 잠저의 격격 김옥연이 가마에 앉아 나풀나풀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김옥연은 가마에서 내려 부축하는 시녀의 손을 잡고 다가와 방긋 웃으며 말했다.

 어쩌면 좋다뇨? 이렇게 큰 일을 황상과 윗전마마께서 언젠가는 알게 되실 거고, 태후는 말할 필요도 없지요. 측복진은 오늘 받은 수모를 갚을 길이 없을까 걱정이신 건가요?”


청앵은 온화하게 말했다.

 한 집의 자매끼리 갚고 말고 할 것이 무에 있는가. 옥연 아우의 말이 과하구나.”


김옥연은 두 손을 모아 절하고, 다시 소록균과 평례를 하고는 진저리치며 말했다. 

 아우도 이상하지 않은가? 고형님은 언제나 온화해서 호감이 가는 사람이었고, 비록 예전이기는 해도 잠저에서 측복진과 있었을 때에도 이와 같지는 않았네. 설마 궁중에 들어오고 나니 사람의 성격이 전부 변한 것인가?”


록균이 황급히 말했다. 

 누가 성격이 변했겠나? 옥연 아우는 황상의 총애를 얻었으니 아무렇게나 말해도 괜찮지만 우리는 감히 그럴 수 없지.”


옥연이 차르르하게 눈웃음을 치며 가볍게 말했다. 

 형님이 총애라 말씀하시니 아우는 부끄럽습니다. 지금 측복진이 계신데, 황상의 측복진에 대한 총애야 말로 대단하시지요.”

그녀는 일부러 낮게 읊조렸다. 

 아차, 설마 고형님은 자금성에 들어 측복진께서 경인궁 그 분과 가족 상봉을 하고 황상과 태후의 총애를 잃고 불경을 저지를 것이라 생각했을까요?”


청앵은 조금 정색했다. 

 선황께서 붕어하시고, 나라의 효와 집안의 효가 걸려있는 때에 총애를 받고 말고를 말하기에는 옳은 때가 아니지 않은가?”


록균은 서둘러 표정을 거두고 한쪽에 공손히 섰다. 옥연은 뺨을 괴며 방실방실 웃었다.
 측복진께서는 기세가 좋으시군요. 그렇지만 이런 기세를 방금 고형님에게 보여서, 고형님도 무서운 걸 알게 했어야 했는데 말이죠.” 

옥연은 무릎을 꿇고 말했다.

 밤이 깊어 피곤하고 졸립군요. 궁에 들어와 이런 좋은 구경을 했는데 내일은 별로 없을까 걱정이네요. 아우는 먼저 물러가겠습니다. 좀 추스리고 지켜봐야죠.”


옥연은 유유히 사라졌다. 록균은 그런 그녀를 보며 자신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청앵은 타일러 말했다.

 됐다. 너는 김옥연의 성정을 알지 않느냐. 비록 자네와 같은 격격의 신분이라 하더라도 잠저에 있을 때의 자격이 자네와 같지 않았다. 그녀는 조선 종실의 여식이고, 선황께서 그녀를 특별히 황상께 하사했지. 우리가 그녀를 항상 조금 예의바르게 대하면 그녀와 얼굴 붉힐 필요 없네.” 


록균은 찌푸린 눈살을 펴지 못했다. 

 형님 말씀이 옳습니다. 제가 언제 몰랐던 적이 있었나요. 이제 황상이 그녀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해 특별히 상사원의 삼보대인을 의부로 삼았으니 그녀가 더 가관인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지요.”


청앵이 위로하여 말했다. 

 자네가 옥연과 같은 곳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네. 때로는 뜻대로 되지 않을 때도 있지. 황상께서 육궁을 책봉하시면 조만간 자네들에게 더 나은 궁전을 하사하시겠지. 걱정말게. 자네는 삼황자를 낳았으니 그녀는 반드시 자네를 넘어서지 못할걸세.” 


록균은 청앵을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월복진은 황상 앞에서 가장 온순하고 부드러우며 사람의 속마음을 잘 헤아렸죠. 이제 입궐하여 그녀는 성격마저 변해버렸는데 더 무엇을 할수 있겠습니까?”

록균은 길다란 복도를 바라보니 높이 솟은 붉은 담장이 사람을 압도하여 자신도 모르게 가녀린 어깨를 움츠렸다. 

 자금성의 원통한 넋과 어두운 마음이 밤낮으로 앙화를 입힌다는데, 설마 사람의 마음과 성격도 바꿀 정도로 이렇게 무서운 건가요?” 


이렇게 어둡고 깊은 밤, 달빛은 숨어버렸고 별빛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다만 전각만이 겹겹이 솟은 먼 산처럼 겹쳐져 보여 압도하는 기세가 있었다. 국상의 흰 천과 등롱이 켜져 궁중 곳곳에 걸려 마치 도깨비불이 드문드문한 것 같아 보였고, 왕래하는 자들은 모두 흰 상복을 입어서 과연 슬프고 처량한 것이 귀신과 도깨비가 사는 곳 같았다. 


청앵은 록균의 손을 힘주어 잡으며 온화하게 말했다. 

 공자는 괴이한 것, 폭력, 반란, 귀신을 말하지 않았네. 록균 자네는 하여튼 나보다 쓸데없이 나이만 더 먹어서 이렇게 나를 놀라게 하는가? 더군다나 고희월이 온화한 것은 황상께 그러한 것이고, 우리에게 그런 것이 아닐세.”


록균은 그 말을 듣고 자기도 모르게 웃음을 머금었다. 


청앵은 이 낯선 자금성을 바라보면서 담담하게 말했다. 

 자네와 나는 설령 모두 자금성의 며느리이더라도 문안 올리러 자주 입궁하였을 뿐 이곳에서 정말로 살아본 적은 없지. 이곳에 정말 원혼과 한이 있는지는, 글쎄, 사람의 심성은 변하고 어쨌든 사람이 귀신보다 훨씬 더 무서운 것이지.”


결국 하루 종일 너무 고생한 두 사람은 말을 멈추고 모두 흩어졌다. 


희월은 궁중으로 돌아오니 너무 졸립고 피곤해서 견딜 수 없었다. 희월이 배나무 탁자 옆에 앉자, 궁녀가 붉은 대추 제비집을 받쳐들고 와서 공손하게 말했다. 

 소주께서는 피곤하셨으니 제비집을 좀 드셔보소서.”


희월은 고개를 들어 궁녀에게 내려놓으라는 뜻을 비치고, 머리에서 은비녀 몇 개를 뽑아 심복 시비 말심의 손에 넘겨주며 입을 열었다. 


 무슨 꼴사나운 것인지! 시커멓고 무거운 게 머리를 눌러 아픈걸 참느라 혼났다.” 

말을 멈추고 손목의 벽색이 찬란한 비취 구슬과 금사로 휘감은 연화 팔씨를 만지작거렸다. 

 다행히 이 팔찌는 윗전마마께서 상으로 내리신 것이라 상중이라 해도 벗을 필요가 없지. 안그랬다면 종일 이런 어둡고 침침한 색만 보고 있어야 하니 사람도 생기가 없지.”


말심이 비녀를 받아 화장대에 올려놓고, 희월의 귀밑머리 옆에 꽂은 흰 비단 꽃장식과 진주를 떼어내며 웃었다. 

 소주께서는 미모를 타고 나셨으니 흑단 비녀를 꽂아도 아름답고 향기로운 각종 꽃들이 질투할 것입니다. 더군다나 이 팔찌는 비록 같은 것이 있긴 하지만 소주께서 지니시는 것이 청복진이 한 것 보다 훨씬 아름답습니다.”


희월은 그녀를 힐긋 보고 웃음을 머금으며 말했다. 

 입만 살았구나. 꽃들이 질투할 것이라니? 김옥연을 보아라. 황상께서 그녀의 아름다움과 독특한 자태를 총애하시지 않느냐?”


말심이 웃으며 말했다. 

 독특하고 아름답다 한들 작은 나라의 천한 계집이 뭐 별 건가요? 윗전마마는 몸이 약하고, 소록균은 성정이 나약하고 겁이 많고, 남은 몇몇 격격과 시첩은 모두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오직 소주와 비견할 수 있는 사람은 오라나랍 청앵 하나뿐입니다. 하지만 이제 소주가 이미 보란듯이 납작하게 만들었으니, 얼마나 오래 가겠습니까!”


희월은 천천히 제비집을 두어 모금 떠서 먹다가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전에 청앵은 선제의 효경황후와 경인궁 황후의 당질녀라는 그늘 아래 있었고, 선제와 태후께서 황상과의 혼인을 명하셨기에 지금까지 득의양양했지. 이제 태후께서 세를 잡고 선제와 효경황후는 붕어하셨으며, 경인궁의 그분은 이제 그녀의 짐이 되었다. 추측하건대, 태후와 황상도 더는 봐주시지 않을 것이야.”


말심은 희월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그러게말이어요. 소인이 보기에도 윗전마마께서 그녀를 보고싶지 않아하시던데요.”


희월은 한숨을 쉬었다. 

 이전에는 비록 모두 측복진이었지만, 내가 그녀보다 나이가 많음에도 내가 왕부에 들어왔을 때는 격격이었다. 설령 나중에 측복진으로 봉해졌다 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아무래도 내가 그녀만 못했겠지. 겉으로 속으로 내가 얼마나 화가 났겠느냐? 이 팔찌도 마찬가지로, 원래는 한쌍이었지만 한 사람에게 치우치지 않도록 한 명에게 한 짝씩 주어야만 했지. 홀로 외로운 것이 한 쌍이 함께 있는 것만큼 아름답지 못하구나.”


말심은 자기 소주의 장래를 생각하자 자못 통쾌했다.

 그러게 말입니다. 소주의 손목은 희고 깨끗하고 가녀려서 비취를 지니면 아주 잘 어울리시지요. 그리고 그녀는 단지 과거에 득세했을 뿐이고 이제 소주께서 위엄을 보이시어 그녀가 알게 하신 것이지요. 측복진께서는 무얼 그리 심각하게 여기십니까. 중요한 것은 후궁에서의 지위이고 황상의 총애이옵니다.”


희월은 부드럽게 웃으면서 칭찬하는 눈으로 연심을 바라보다가, 조금 걱정하는 마음이 들었다. 

 내가 오늘 통곡하는 자리에서 그렇게 행동한 것은 확실히 모험이었다. 네가 가져온 소식은 확실한 것이겠지?”


말심이 웃으며 말했다. 

 소주께서는 안심하세요. 모두 윗전마마를 곁에서 모시는 연심이 직접 황상과 윗전마마께서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소인에게 말해준 것입니다. 연심이 아무리 담이 커도 감히 이렇게 터무니 없는 거짓말을 할 수는 없죠.”


희월은 봉황같이 수려하고 길다란 눈을 감고 웃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잘 되었다.”








  1. 자시(子時): 23시~01시.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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