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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영화궁은 결코 평안하지 못했으니, 하룻밤을 꼬박 야단이 났으면서도 어찌 일인지 길이 없었다. 오로지 태의들이 들어가고 들어가는 것이 보일 , 다시 나오는 것은 없었다. 육궁의 사람들이 놀라 마지않았으니, 암암리에 캐물어 보았지만 어느 것도 알아낼 없었다. 있는 것은 오직 영화궁의 등불이 하룻밤 내내 밝혀져 있었지만, 대문은 굳게 닫혀있었으며,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새벽이 밝아왔을 때도 여전히 영화궁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없었으니, 여의는 장춘궁에 문안을 올리러 가야 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일찌감치 몸치장하고는 가마를 대령시켜 밖으로 향했다.

 

관례에 따르면 비빈들이 외출할 때에는 항상 가마를 대령해야 했으나, 지금은 초여름날의 이른 새벽이라 아직 선선한 편이어서 여의는 예심과 아약의 손에 부축을 받으며 느긋하게 밖으로 나갔다. 마침 거리에 다다랐을 , 마침 황금처럼 맑고 깨끗한 새벽 햇살을 바라보니 금이 녹아서 흐르는 것 같은 햇빛이 유리기와 위에 떨어져 마치 금빛 물결이 출렁이는 같았다. 여의가 햇빛을 탐하며 걸음 걸어갔을 , 혜귀비가 앞에 있는 것을 보고는 서둘러 공손하게 길가로 물러나 맞이하였고, 혜귀비가 가까이 다가오자 비로소 무릎을 굽혀 예를 올렸다.

 

혜귀비가 생글생글 웃으며 여의를 훑어보았다.
 
“며칠 한비를 보았더니 나날이 안색이 좋아지는군. 황상께서 어젯밤 자네 처소에서 쉬신 겐가? 그래서 좋은 일이 생기니 정신도 맑은 것이고?

 

아약이 얼굴에 천진한 웃음을 띠며 말했다.
 
“황상께서 오시는 것은 있는 일인데, 이것도 좋은 일이라 쳐야 하옵니까?

 

여의는 아약의 말이 이리도 거침없는 것에 화가 나서 나불거리기 전에 눈을 부릅뜨고 아약을 노려보았다. 혜귀비는 평소와 같은 웃는 얼굴로 손을 뻗어 올린 머리에 새로 꽂은 차가운 남청색 벽옥 명주 비녀를 어루만지며 담담하게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본궁이 까맣게 잊었구나. 어제 황상께서 영화궁에 머무신 같던데. 본궁은 아우님 처소에 봄빛이 오래오래 머물러 하루도 빠지지 않을 알았지.

 

여의는 혜귀비와 입씨름을 하고 싶지 않아 조용히 고개를 드리우고 자신의 송화 비단 손수건에 달린 가느다란 술을 들여다보았다.

 

혜귀비는 여의가 풀이 죽은 알고 눈가에 묘한 웃음을 띠며 다시 마디 비꼬려 하려던 참에 옆에서 가마 하나가 가로질러 나오는 것을 발견했으니, 하마터면 혜귀비와 부딪힐 뻔했다. 혜귀비의 발이 비틀거리더니 화분혜가 기우뚱하며 넘어지려 했다. 다행히 채주와 채월이 재빨리 부축해서 혜귀비는 무사했지만, 머리에 꽂은 벽옥 비녀가 미끄러져 떨어지며 부서져 버렸다.

 

가마 위에서 부딪힌 사람도 없기는 마찬가지였지만, 옆문을 향해 방향을 틀어 가버리니, 누구에게 부딪힌 것인지, 얼마나 부딪힌 것인지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채월이 ‘에구머니’하고 외치고는 쪼그리고 앉아서 벽옥 비녀를 주우며 발끈했다.
 
“이건 황상께서 새로 내려주신 것인데 이렇게 깨져버리다니.......

 

말을 마치기도 전에 채월의 뺨이 벌써 호되게 갈겨졌다. 혜귀비는 벌컥 성을 냈다.
 
“그게 누군지 똑바로 보지 못했느냐?

 

채월은 얼굴을 감싸 쥐며 감히 울지도 못했으니, 오히려 말심이 나섰다.
 
“뒷모습이 매상재 같았나이다. 하지만 의복은 그다지 비슷해 보이지 않았사옵니다.


혜귀비가 소리로 꾸짖었다.
 
“옥비녀 하나일 뿐이니 황상께서 내려주신 것이 그것뿐이더냐? 옹색하기 그지없구나! 

혜귀비는 말을 마치고는 여의를 내버려 장춘궁으로 총총히 가버렸다.

 

여의는 혜귀비가 멀어져가는 것을 보고는 어느새 노기 어조로 아약에게 말했다.
 
“네가 또다시 이렇게 약삭빠른 말재주를 뽐낼 것이라면 다시는 나와 함께 밖에 나올 생각이걸랑 하지도 말아라!

 

아약이 투덜거렸다.
 
“소주께서는 혜귀비가 뭐가 두려우세요? 우리에게는 대황자가 계시고 연희궁의 은총도 귀비에 비해 적지 않아요!

 

여의는 아약이 가르쳐도 고치려 들지 않는 것을 보고 노하여 말했다.
 
“설령 그러하더라도 네가 혜귀비를 도발해야겠느냐? 지금 대황자가 곁에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의 눈이 지켜보고 있는데, 너는 여전히 조금도 조심하려 들질 않는구나!

 

아약은 말하려 하였으나 결국은 참고 여의의 손을 부축하여 장춘궁으로 갔다.

 

여의가 도착했을 비빈들은 이미 모두 도착해있었다. 여의는 혜귀비를 따라 들어가서 지위에 따라 자리에 앉으니, 황후가 빙그레 미소지으며 귀비에게 말했다.
 
“오늘 자네는 어쩐 일인가? 머리도 헝클어져 있고 안색도 그다지 좋지는 않지 않은가.

 

혜귀비가 곁눈질을 하자 말심이 서둘러 말했다.
 
“방금 길을 지나올 , 우리 소주께서 누구의 가마인지는 모르나 제멋대로 설치고 다니는 것에 부딪혀서 소주께서는 하마터면 넘어지실 뻔했고 황상께서 내려주신 옥비녀도 떨어져 깨져버렸나이다.

 

혜귀비가 벌떡 일어나 말했다.
 
“그렇게 서둘러 황후마마를 뵈러 것은, 실은 문안 시간에 지체하게 될까 염려되어 그리한 것이옵니다. 황후마마께서는 헤아려주시옵소서.

 

황후가 온화하게 말했다.
 
“이게 그리 급한 일이라고. 자네는 없는 것인가? 따르던 시종들은 누가 부딪힌 것인지 보지 못했느냐?

 

말심이 말했다.
 
“소인이 어렴풋하게 매상재를 보았사옵니다.

 

예희는 놀라지도 않고 맑은 이슬이 맺힌 부용화처럼 생긋 웃었다.
 
“아까는 경망되었사옵니다. 하마터면 귀비께 부딪힐 뻔하였사오니, 참으로 실례를 범하였나이다.

 

혜귀비는 좋지 않은 표정으로 냉담하게 말했다.
 
“지금에서야 누가 본궁에게 부딪힌 건지 알게 되었군. 방금은 어찌 그리 쏜살같이 도망친 것인가?


예희는 방긋 웃으며 뺨을 어루만졌다.
 
“원래는 멈춰서 귀비마마께 사죄했어야 했사옵지요. 하지만 빈첩, 황후마마께 급히 아뢰지 않으면 일이 있었사옵니다. 그런 까닭에 귀비마마께는 오직 송구스러울 뿐이옵니다. 황상께서 내리신 옥비녀를 깨뜨린 것에 관해서는, 마마께서 빈첩의 궁에 오시어 무엇이든 마음에 드시는 것을 편히 골라가시옵소서. 개든 개든 배상하겠나이다.

 

혜귀비는 예희가 이토록 오만불손하게 말하는 것을 듣고 아름다운 연꽃같이 화장한 얼굴에 자기도 모르게 노기가 피어올랐다.
 
“어젯밤 영화궁이 밤새 시끌벅적하더니 오늘도 무례하기 이를 없구나. 설령 황상께서 너를 총애하신다고 해도 이렇게 제멋대로 굴다니!

 

예희는 얼굴을 옆으로 비스듬히 기울이고 새로 뜨는 초승달처럼 입가를 올리며 일어나 공손하게 무릎을 굽히며 황후에게 절했다.
 "
황후마마께 아뢰올립니다. 신첩 어젯밤에 복통이 그치지 않아 황상께서 태의를 불러 보이셨는데 신첩이 회임하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사옵니다. 벌써 달째라 하옵니다!

 

말이 나오니 주위에 앉은 사람들이 모두 놀랐다.

 

여의는 무의식중에 자신의 아랫배를 쓰다듬으니 자신도 모르게 조금 슬프고 괴로워졌다. 여의는 곧바로 지금은 자신이 상심할 때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서둘러 얼굴의 미소가 흩어지지 않도록 지탱하며 다른 사람들을 따라 축하의 말을 올렸다.
 "
감축드리옵니다, 황상. 감축드리옵니다, 황후마마. 감축드립니다, 매상재."

 

황후는 오히려 침착하게 새어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만면에 미소를 지었다.
 
“그러한가? 한데 회임을 했다면서 어찌 복통이 있는 것인가?

 

예희가 살짝 득의한 기색을 보였다.
 
“태의가 말하기를, 신첩의 체질이 찬데 태아의 몸에는 열이 있어 다소 상충하는 데다가 처음 회임한 것이라 배가 아픈 것이라 하옵니다. 그러나 실은 없는 것이고, 신첩 또한 급히 황후마마께 이 일을 고하려 귀비께 부딪히고도 멈추지 못했던 것이옵니다. 

예희는 말을 마치고는 돌연 귀비를 향해 무릎을 꿇고 예를 올렸다.
 
“귀비마마께서는 이번 번만 빈첩을 용서해주시옵소서.

 

비록 예희가 무릎은 꿇었으나 동작이 매우 느릿하였으니, 귀비가 예희의 뜻을 알아채고 말심을 시켜 막아서게 하고는 말했다.
 
“막 회임했으면 조심하게나. 혹시라도 부딪혀서 다치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복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살펴야지.

 

예희는 도발하는 눈빛으로 귀비를 쳐다보며 말했다.
 
“간신히 얻은 복을 어찌 잃겠나이까? 귀비마마께서 보우하시니 신첩의 복이 오래 가지 않겠사옵니까.

 

황후도 서둘러 말했다.
 
“첫째 아이를 회임하였으니, 각별히 조심해야 하네. 잠시 기다리면 본궁이 자네를 시중들 사람들을 넉넉히 보내주겠네. 뭐든 부족하거나 필요한 것이 있으면 얼마든지 본궁에게 이야기하게나. 달이나 아이를 배고 있으면 수고로울 것이야. 

황후는 평온하고 온화한 미소를 띠며 귀비와 여의를 보며 말했다.
 
“허나 수고로움도 복이라 있지. 본궁도 자네들 사람이 자손을 보길 바란다네.

 

매상재는 은근한 눈길로 혜귀비를 바라보며 느릿느릿 말했다.
 
“그러하옵니다. 동안 품고 있는 것은 수고롭지요. 빈첩이 보기에 한비마마께서는 대황자를 돌보시느라 힘을 다하고 계시지요. 친자식도 아닌데 이와 같으니, 친자식이라면 얼마나 힘드시겠사옵니까. 역시 혜귀비께서 제일 복이 많으십니다. 키우고 돌볼 사람이 없으니 실제 나이보다 어려 보이시고 그렇게 나이 들어 보이지 않사옵니다.

혜귀비는 화가 치밀어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으니, 하마터면 벌컥 성질을 뻔했다. 황후가 위로하는 혜귀비를 바라보았으나 혜귀비는 눈치채지 못했다. 소심이 얼굴에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잔을 넘겨주며 혜귀비를 팔꿈치로 찔러 진정하라는 뜻을 전했다.

 

황후가 뭇사람들을 둘러보며 천천히 말했다.
 
“아이가 생기는 것은 물론 기쁜 일이지만, 없다고 해도 조급해할 필요 없네. 황상께서 항상 후궁을 아끼시고 너그러이 대하시니, 조만간 모두 자기 아이를 가지게 것이야. 

황후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따뜻한 목소리로 말했다.
 
“참, 오늘 마침 자네들에게 알릴 기쁜 일이 있으니, 또한 궁의 경사일세. 

황후가 불렀다.
 
“연심.

 

연심은 일찍부터 그곳에 멍청히 있었으니, 마치 나무나 흙으로 만든 인형 같았다. 연심은 황후가 부르는 소리를 듣고 심하게 부들부들 떨며 자기도 모르게 무릎을 꿇고 말했다.
 
“소인 여기 있사옵니다.

 

황후는 연심을 가리키며 봄바람처럼 따뜻한 말투로 이야기했다.
 
“온 궁중의 시녀 중에서 본궁이 제일 아끼는 것이 연심일세. 이제 연심도 나이가 찼으니, 좋은 이에게 시집을 보낼 생각이네. 아이도 궁을 나가 멀리 시집가고 싶어 하지 않고 본궁을 충심으로 따른 아이이니, 당연히 섭섭하게 대할 없지. 그래서 황상과 상의하여 연심을 양심전 부총관 대태감 왕흠에게 짝지어 주고 8 열엿새에 혼례를 올리도록 정했네.

 

연심은 깜짝 놀라 얼굴빛은 일거에 백지장처럼 하얘지고 몸을 덜덜 떨며 바닥에 엎드려 애원했다.
 
“황후마마, 소인은.......소인은 혼인하고 싶지 않사옵니다. 그저 계속 마마를 모시고 싶을 뿐이옵니다.

 

황후는 매우 상냥하게 웃으며 마치 자신의 친딸을 대하는 것처럼 사근사근하게 말했다.
 
“본궁도 너의 충심을 알지만, 여인이 시집을 아니 수는 없지 않느냐. 너는 본궁이 제일 신임하는 사람이니, 반드시 좋은 곳에 시집을 가야 하느니라. 왕흠은 이제 삼십 초반이니 오래오래 너와 해로할 것이다. 혼수 또한 본궁이 곱절로 두둑이 챙겨줄 것이야. 

황후의 말투가 조금 무거워졌다.
 
“왕흠이 너를 마음에 들어 오래이니, 혼사는 다시 오기 힘든 좋은 인연인 게야. 너는 본궁과 황상이 너를 아끼는 마음을 저버리지 말아라.

 

연심은 바들바들 떨며 자리에 꿇어앉아 눈물을 뚝뚝 흘렸다. 소심이 서둘러 연심을 부축하며 말했다.
 
“황후마마께서 자애로우시니, 연심이 어찌 기쁘지 아니하겠사옵니까. 너무 기뻐서 그러는 것이옵니다. 

이렇게 말하고는 연심을 데리고 물러 나왔다.

 

여의와 해란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고 모두 말이 없다가, 다른 사람들을 따라 말했다.
 
“황후마마께서는 자애로우시옵니다.

 

혜귀비가 다시 말했다.
 
“왕흠은 황상 곁에서 총애를 한몸에 받는 이이니, 인연은 연심에게 어울리는 인연이옵니다. 다른 사람으로 바꾸려 해도 바꿀 없지요. 그리고 황후마마의 체면도 중요하고요.

 

황후의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됐네. 이런 쓸데없는 이야길세. 

황후는 예희를 보며 말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매상재의 태아이네. 자네는 신경 써서 보양하고 절대 소홀히 여겨서는 아니 되네.

 

예희는 몸을 숙이며 대답했다. 사람들이 축하하는 마디를 하고 물러났다.

 

황후는 전각 안이 조용해지기를 기다렸다가 소심을 향해 담담하게 말했다.
 
“가서 연심을 살펴보거라. 이런 경사에 눈물을 보이다니, 운수 사납게!

 

소심이 황급히 웃으며 설득했다.
 
“황후마마께서는 안심하시옵소서. 연심이 잠시 어리석어 이해하지 못한 것이옵니다.

 

황후는 비파 열매 하나를 수련화를 뒤집어 놓은 모양으로 까서 천천히 입에 넣었다.
 
“모르긴 몰라! 장춘궁에서 너처럼 서른이 넘은 것이 아니라면 너무 어려서 눈에 들지 않는 아이들뿐이니. 다행히 왕흠이 아이를 마음에 들어 해서 본궁에게 두세 말을 꺼냈고, 아이 역시 본궁의 심복이니 본궁이 보살펴주는 것이 아니더냐. 너는 연심에게 일러두어라. 얌전히 시집가서 왕흠을 구슬리는 것이 바로 황상의 생각과 발걸음을 붙잡아두는 것이라고. 본궁은 아이가 본궁의 대업을 망치는 것을 단연코 두고 보지 않을 것이다!

 

소심은 일의 경중을 알아차리고 서둘러 황후에게 비파 열매를 까서 건네며 말했다.
 
“마마의 고심을 저희 모두 알고 있사옵니다. 다만 마마께 황자님과 공주님이 계시고, 중궁의 권력과 황상의 은혜도 있으니 저희가 무엇을 두려워하겠사옵니까?

 

황후는 눈을 들어 새파란 하늘에서 쏟아지는 금같은 햇빛을 보며 손을 뻗어 경태람[각주:1] 대야에 수북이 담긴 얼음을 뒤적거리며 한숨을 쉬었다.
 
“본궁이 언제 뻗고 편히 적이 있더냐? 태후께서는 후궁의 일에 점점 많이 관여하시고. 보아라, 매상재도 알지 않느냐. 황상의 비빈들과 자손들이 점점 늘어나게 것이고, 본궁은 갈수록 나이 들어서 누렇게 변한 진주처럼 쓸모없어지고 총애를 잃을 것이다." 

황후의 눈동자가 검은 불꽃이 스친 빛났다.
 
“그러니 매사 한층 방비하지 않을 없는 것이다.

 

소심이 한탄하여 말했다.
 
“지혜로운 이도 번을 생각해야 한다 하니, 마마께서 마음을 쓰시는군요.

 

매상재의 회임은 황제가 등극한 이래로 처음 있는 일이었으니, 비록 황제에게 일찌감치 자녀가 있었다고는 해도 각별히 기뻐하는 눈치였다. 비록 며칠 동안 강남의 물난리로 노심초사하였으나, 황제는 시간이 때마다 영화궁에 머물며 더우면 더울세라 추우면 추울세라 살뜰히 돌보았다.

 

이날 밤은 어찌한 일로 매상재가 황제에게 보채지 않으니, 황제는 이내 연희궁으로 들러 영황의 공부를 대략 보아주고는 여의의 처소에서 함께 수라를 들었다.

 

여의는 황제에게 젓가락으로 요리를 집어주며 말했다.
 "
황상께서는 황후마마께서 연심을 위해 혼사를 내리시어 대식하게 하신 일을 알고 계시옵니까?"

 

황제가 미소를 띠며 말했다.
 "
그대가 어찌 이것을 묻는가?"

 

여의는 눈살을 조금 찌푸렸다.
 "
신첩은 그저 멀쩡한 처자가 태감에게 시집간다는 것이 사실 안타깝사옵니다."

 

황제가 말했다.
 
“황후가 이리 말했다. 궁중에 태감과 궁녀가 많고, 모두 내보낼 없는 데다, 서로 좋아하는 이들이 있으니 아쉬운 대로 대식을 윤허하여 서로 위안 삼게 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황후의 호의이니 짐도 윤허했지.

 

여의는 말을 듣고는 말을 많이 보태는 것도 좋지 않다고 생각하여, 그저 황제의 잔에 술을 따르니 백옥 잔을 채우는 앵두 술이 마치 좋은 홍옥처럼 맑게 빛났다.

 

황제가 웃으며 말했다.

 " 술의 빛깔을 보고 있자니 경사스럽구나."

 

여의는 황제의 안색을 살피더니 역시 기뻐했다.

 "황상께서 기분이 좋으시니 당연히 무엇을 보시든 경사스러워 보이시지요."

 

 "그대가 보기에 짐이 기분이 좋아 보이는가?"

 

여의는 웃으며 손을 뻗어 황제의 먹처럼 새까만 눈썹을 어루만졌다.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황제를 바라보니 눈썹도 이토록 근사해 보였다

 “용안에 웃음이 가득하시니 숨겨지지 않사옵니다. 눈썹도 날아갈 듯하고요. 

여의는 마음속의 시고 떫은 기분을 참으며 가볍게 웃었다.

 "매상재가 회임하였으니 황상께서는 참으로 기쁘시겠지요."

 

황제가 웃으며 여의의 손을 쥐어보니 허티엔(和田) 지방의 옥처럼 서늘하게 느껴졌으나, 한참을 잡고 있으니 천천히 땀이 배어 나오기 시작했다. 황제가 우렁차게 말했다.
 
“후궁의 일이 아무리 기쁘다고는 하나 작은 일이고, 조정에 경사가 생겨야 짐의 마음이 비로소 진정으로 기쁘다 것이다.

 

여의는 잔을 공손히 황제에게 바쳤다.
 
“황상의 마음이 즐거우시면 신첩의 마음도 즐겁사옵니다. 황상께서 조정을 다스리시며 밤낮으로 마음 쓰시니, 마음 쓰심은 다른 사람이 보아 있는 것이 아니옵니다. 그러니 술은 신첩이 황상께 올리겠사옵니다.

 

황제는 술잔을 받아들었으나 마시지 않고 상당히 흥에 겨워 말했다.
 
“그대는 짐이 어째서 기뻐하는지 묻지 않는가?

 

여의는 살짝 고개를 숙였다.
 
“농부가 밭을 갈고 씨를 뿌리는 것과 같이, 들이는 것이 있으면 거두는 것이 있사옵니다. 이것이야말로 무척 기쁜 일이지요. 다른 것은, 신첩은 후궁에 있는 몸이니 여쭤서도 아니 되고여쭐 수도 없사옵니다.

 

황제는 술잔을 손에 들고 고개를 젖혀 마시고는, 반짝반짝 빛나는 눈동자에는 웃음기가 가득하여 여의의 손을 잡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게 그대의 좋은 점이지. 만일 혜귀비라면 무슨 기쁜 일이 있는지 반드시 짐에게 캐물었을 것이다.

 

여의는 입가에 욕심없는 미소를 띠었다.
 
“혜귀비에게는 당연 혜귀비만의 좋은 점이 있겠지요. 허나 황상......
여의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부드러운 가운데 조금 고집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황상, 우리 여기서는 다른 사람 이야기는 하지 말아요.

 

황제는 잠깐 얼이 빠졌다가 자기도 모르게 미소지었다.
 
“그대가 속이 좁을 때도 있는 줄은 몰랐구나.

 

여의의 미소가 물위를 비추는 달처럼 맑고 깨끗했다.
 
“황상의 마음이 둘로 나뉘어, 하나는 조정에 다른 하나는 후궁에 있사옵니다. 후궁에 있는 반쪽 중에 태반은 태후와 공주, 황자들께 계시고, 나머지 절반쯤은 신첩과 여러 자매에게 계시지요. 절반에는 황후께서 대부분을 차지하고 계시고, 비빈들이 나머지를 각자 조금씩 나누어 갖사온데, 신첩의 몫도 그리 많지 않사옵니다. 그러니 신첩의 처소에 계시는 동안, 이렇게 작은 조각을 황상께서 다른 사람에게 나누어 주시면 신첩은 깨알만큼도 제대로 차지하지 못하옵니다.

 

황제는 한숨을 쉬며 손을 뻗어 여의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그대가 농담처럼 이야기했지만, 짐은 그대 마음속의 섭섭함과 괴로움을 알고 있다. 짐은 아직 젊고 조정의 일은 미처 돌볼 틈이 없는 데다, 대신들은 모두 선제의 노신들이라 모두가 관록을 드러내고 있지. 만일 짐이 몸소 일일이 처리하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든 그들의 웃음거리가 것이고 짐을 난감하게 것이다. 일이 이러하니 짐이 후궁에는 가고, 어버이께 효를 다하고 정궁에게는 위엄을 세워주려 태후와 황후께 자주 들러야 하지. 짐이 그대 곁에 있는 시간도 얼마 되지 않으니, 잠저에 있을 때에 비할 없구나.

 

여의가 황제의 어깨에 기대자, 오조룡[각주:2] 힘차게 구름을 뚫고 오르는 문양을 금실로 세밀하게 수놓은 것이 뺨에 닿았고, 한참 지나니 거칠고 생경한 느낌이 느껴졌다. 여의가 조용히 말했다.
 
“신첩 원망하지 않사옵니다. 원망한다면 그것은 황상의 고충을 몰라주는 사람들이지요. 신첩도 황상께서 오시기를 바라지만, 속마음으로는 황상께서 오셔서 가지 않으시는 것이 제일 좋사옵니다. 허나 신첩도 알고 있사옵니다. 부군은 사람의 부군일 있으나, 황상께서는 천하의 황상이시지요. 그러니 신첩은 황상께서 오시기를 바라면서도 황상께서 오시기를 감히 바라지 못하옵니다.

 

황제는 잠시 말이 없다가 여의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차분히 말했다.
 
“이것은 진심이구나. 짐이 후궁에 오면, 어진 아내인 황후가 있고, 온유한 혜귀비가 있으며, 살뜰한 순빈이 있고, 요염한 가귀인이 있고, 이귀인, 해 귀인, 그리고 완답응도 있으니, 그들은 모두 성실하게 본분을 지키지. 그러나 유독 가지, 그대에게는 있지만 그들에게는 누구에게도 없는 것이 있다."

 

여의는 호기심이 일었다.

 "그것이 무엇이옵니까?"

 

황제는 여의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 조용조용히 말했다.
 
“솔직함이다. 솔직함은 짐을 향한 것이니, 그대가 잠저에 들어왔을 때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번도 변한 적이 없다.

 

여의는 잠시 넋을 잃었다가, 속마음은 무척 감동하였지만 나오는 말투는 오히려 고집스러웠다.
 
“솔직한 것은 후비(后妃) 덕이 아니오니, 그게 무슨 좋은 점이옵니까.

 

황제가 가볍게 한숨을 쉬더니 웃으며 말했다.
 
“이 장점은 후궁에는 없는 것이지만, 부부지간에는 있는 것이지.

 

마치 마음속 가장 연하고 부드러운 부분이 누군가의 손에 가볍게 어루만져진 , 여의는 하마터면 눈물을 떨굴 뻔하여 고개를 숙이고 힘을 다해 눈물을 참았다.
 
“여의는 이렇게 알아주시니 황상의 성은이 망극할 따름이옵니다.

 

황제의 얼굴에 감동의 빛이 어렸다.
 
“짐은 알지. 그래서 소중히 여기는 것이고. 그러니 여의, 비록 그대가 짐의 조강지처도 아니고 짐의 곁에서 제일 오래 있었던 사람도 아니지만, 그대의 상냥함은 짐이 모두 마음에 두고 있다. 짐이 연희궁에 자주 오든 그렇지 않든, 그대가 궁중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짐의 마음속에 항상 있다는 것을 알아주길 바란다.

 

옥같이 희고 깨끗한 달이 유유히 하늘가에 떠오르니, 마치 얼음이 깨진 곳에서 은처럼 반짝거리며 쏟아져 내리는 맑은 물과 같았다. 멀리서 불어오는 바람은 꽃과 나무가 멋대로 퍼뜨리는 맑은 향기를 가져다주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달빛이 반쯤 열린 창문 틈으로 새어 들어오니, 궁정에 서리가 내린 온통 새하얬다. 이렇게 아름다운 달이 비추려 하는 것은 이렇게 쌍을 이룬 사람들이었다. 여의는 지금껏 자금성에 열엿새의 달을 이토록 완전무결하게 느껴본 적이 없었다.

 

이렇게 평안하고 화평한 시절이 참으로 자신이 잠을 자고 있는 것만 같이 느껴졌다. 만일 잠에서 깨어나서도 이렇게 사람도 달도 모두 원만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오니, 여의는 처음에는 눈을 감고 모른 하려 하였으나 다시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여의는 한숨을 쉬며 탁자 위의 음식이 식어버린 것을 보고는 문을 두드린 것이 요리를 가져온 궁녀인 것을 알고 다시 한숨을 쉬며 말했다.
 
“들어오너라."

 

황제는 여의의 기분을 알아채고는 여의의 손을 잡고 미소를 지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여의의 얼굴이 조금 붉어지며 문이 ‘삐그덕’하며 가볍게 울리는 소리를 들으니, 날렵한 사람 그림자 하나가 재빨리 들어왔다. 뒤에서는 사방에 규룡[각주:3] 장식한 제풀나무 쟁반을 받쳐 궁녀 하나가 믿음직스럽게 따라 들어왔다. 들어온 사람은 바로 아약이었으니, 아약은 영민하게 예를 올리며 “만복을 누리소서”라고 말하고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자 쟁반을 받쳐든 궁녀가 앞으로 나아왔다. 아약은 요리 접시 접시를 받쳐 올리며 말했다.
 
“이 메추라기 수정 회는 황상께서 제일 좋아하는 것이라 소주께서 일찌감치 소주방에 분부하시어 만든 것이옵니다. 오리 가슴살 연꽃 찜은 살찌지도 마르지도 않은 오리 가슴살만 사용한 것으로, 오리가 흐르는 물을 좋아하기 때문에 성질이 차가워서 화기를 누그러뜨리므로, 황상께서 상소를 보시느라 피로하여 생긴 화기를 푸시도록 소주께서 특별히 분부하셨사옵니다. 그리고 탕수쏘가리는 새콤달콤하여 입맛을 돋우고 술안주로 가장 어울리옵니다. 시원하고 감칠맛 나는 푸른 찹쌀과 연근 요리는 꿀에 기름을 금실 좋은 황상과 소주 분의 천생연분을 상징하는 것이옵니다.

 

황제가 웃으며 말했다.
 
“모든 요리가 너희 소주의 마음씀씀이이나, 너희 주인은 도통 말하려 들질 않으니. 너희들 입을 통해 들으니 마음이 더욱 생생하게 다가오는구나.

 

아약이 자신의 뺨을 살짝 때리는 시늉을 했다.
 
“소인이 주접을 떨었사옵니다. 그치만 우리 마마께서는 진실한 분이셔서 황상의 마음이 어디 계신지 항상 생각하시면서도 말씀하지는 않으시옵니다. 소인이 소주를 대신하여 말씀 올리지 않는다면 소주의 마음은 어느 누구도 모를 것이옵니다.

 

황제는 경쾌하게 웃으면서 여의의 손등을 토닥였다.
 
“실은 그대도 말할 아는 사람이었군. 설마 곁에서 가르친 아이가 어느 누구나 영리할 줄이야. 짐이 기억하기로, 아약은 그대를 오래 따랐지.

 

여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약은 신첩의 친정에서 태어난 시녀라서 신첩이 혼인할 따라 들어왔사옵니다. 신첩을 오래 따랐다 보니 분수를 모르고 가릴 줄을 모르옵니다.

 

황제는 오히려 흐뭇해했다.
 
“궁에 들어와서부터는 황후의 법도와 가르침이 엄하니, 궁중의 시종들이 이놈 저놈 없이 차라리 혀가 없는 나을 정도로 벙어리 같았는데, 짐은 오히려 모두 아약처럼 많이 웃고 많이 말하는 것이 나은 같구나. 너희가 닫아걸고 지낼 때도 꽤나 재미있었겠구나.

 

여의는 아약을 칭찬하는 말을 듣고 마음 속으로 자못 기뻤다.
 
“황상께서 이왕 이렇게 네게 호의를 베풀어주시니, 남아서 수라 시중을 들도록 해라. 다만 이렇게 득의양양하여 버릇없이 굴어서는 아니된다.

 

아약이 무릎을 굽혀 예를 올리며 미소를 한가득 띠었다.
 
“마마의 분부, 소인이 언제 염두에 두지 않은 적이 있사옵니까? 말을 마치고는 조용히 곁에서 사람이 수라를 드는 것을 시중들었다.

 

황제가 달달한 연근을 집어 들고 천천히 맛보더니 웃으며 말했다.
 
“원래 짐도 조정의 일은 꺼내지 않으려 했다. 허나 지금 연근을 보니 마음이 즐거워지는구나. 강남에 수해가 연이어 일어나니, 항상 여름이 오면 홍수가 일어나 비옥한 전답 수만 묘를 망가뜨리고 이재민은 의지할 곳을 잃고 떠돌아다니게 되니, 이것이 항상 조정의 커다란 근심이었다. 선제께서 해마다 치수를 하시려 은자를 내어 제방을 축조하였으나, 제방이 두부보다도 약해서 홍수를 막아내지 못했다. 짐이 등극하고 나서는 강남의 회남과 회북을 치수하라고 보낸 관원이 상소를 올리기를, 올해는 제방이 지어져서 다시 홍수가 나더라도 범람하지 않을 것이니, 백성들이 모두 안락한 해를 보낼 것이라 하였다. 더욱이 회남 지현[각주:4] 구역을 맡아 수리하는데, 착실히 조정에서 내려보낸 은자를 모두 사용하여 제방은 쇳물을 입힌 것보다 더욱 튼튼하다는군. 지난 날의 회남은 재해를 입기 쉬웠는데, 올해의 지현이 일을 알고 치수 또한 아니, 짐이 관리를 후하게 칭찬하고 포상하였다.

 

여의가 황제에게 연근을 젓가락 집어 주며 옆에서 생글생글 웃으며 바라보았다.
 
“황상의 근심을 덜어줄 있는 사람은 반드시 후하게 상을 내리셔야지요. 다만 회음 지현의 이름이 무엇이옵니까?

 

황제가 곰곰히 생각했다.
 
“계탁이었던 같은데. 색탁륜 씨이고 양홍기 포의 출신인데 의외로 유능하구나. 짐이 지금 생각해보니, 지현이 참으로 제방을 수리한 것을 보면 꽤나 쓸모있는 자로군. 짐이 그자를 한바탕 다시 살펴보고 만일 유용할 같으면 지부[각주:5] 시켜도 되겠구나.

 

황제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아약이 듣고는 재빨리 바닥에 무릎을 꿇고 이마를 땅에 조아리며 감격하여 얼굴이 눈물 범벅이 되도록 울었다.
 
“소인, 황상께서 상을 내려주시니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황상의 커다란 은혜에 감읍하옵니다.

 

 황제가 이상히 여겨 말했다.
 
“짐이 수하의 관원에게 상을 내리는데, 네가 그리 급히 무엇을 감사한다는 것이냐?

 

여의가 미소를 지으며 아약을 보고 말했다.
 
“계탁은 아약의 아비이옵니다.

 

황제가 얼굴에 미소를 드러냈다.
 
“보아하니 짐이 반나절동안 칭찬한 자의 여식이 여기 있었구나. 

황제는 아약을 향해 말했다.
 
“네 아비가 밖에서 짐에게 마음을 다하고, 너는 후궁에서 열심히 시중을 드니, 스스로도 참고 견딘 보람이 있어야겠군.

 

아약이 기뻐서 어찌할 바를 모르며 서둘러 고개를 조아리며 사은했다. 여의는 때가 적당한 것을 보고는 말을 꺼냈다.
 
“황상의 이러한 뜻은 아약을 좋은 집안에 맺어 주신다는 것이지요. 그럼 신첩이 먼저 황상께 감사드리옵니다.

 

황제는 쏘가리를 젓가락 집어 여의의 그릇에 놓아주었다.
 
“아약에게 그런 행운이 있는지 스스로 돌아보아야겠지.

 

아약은 황제가 한쪽에 있는 뜨거운 물수건을 손을 닦는 것을 보고 서둘러 몸을 일으켜서 차를 따라 황제의 앞에 놓았다.
 
“새로 준비한 루안 차이옵니다. 기름기를 없애고 드신 것을 소화시키는 제일 좋사옵니다. 황상, 드셔보세요.

 

황제는 한입 먹어보더니 미소를 지었다.
 
“세심하고 주의깊은 것으로 따지자면, 한비, 그대의 처소가 제일이구나.

 

여의는 눈썹을 낮게 드리우고 온화하고 예의바르게 미소지었다.
 
“세심하고 주의깊은 것은 마음이 맞기 때문이지요. 황상께서 느끼셨다면 마음도 전해진 것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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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으아아아아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ㅁ;; 드디어 여의전 방영 시작했네요!!!!!!!!!! 방금 1, 2화 정주행 하고 뽕빨에 차올라서 본문 번역 완성하기도 전에 후기 먼저 쓰고 있습니다아아아아아 ;ㅁ; 


옹정 연간 3황자, 4황자 복진 선발부터 시작해서 2화에 6장 내용까지 다룬 것 같습니다. 라고 하기엔 중간에 복진, 격격들의 아귀다툼은 생략하려는지, 아니면 나중에 비빈 다툼으로 보여주어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는지, 경인궁 황후와 희귀비의 알력싸움 먼저 결단을 내려는 모양입니다. 스포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하네요. 확실히 원작 작가보다는 드라마 각본팀이 더 노련해서 (=바꿔말하면, 견환전 때부터 느낀 것이지만, 류 작가는 긴장감있게 이야기를 푸는 데는 좀 아닌 것 같습니... 읍읍) 부찰 황후와 혜귀비가 각자의 방식으로 한비를 못 잡아먹어 안달하는 이유를 확실히 보여주는군요. 저라도 천년의 원한이 생길 것 같네요. 

 처음 홍력이 복진을 고를 때, 희귀비는 부찰 씨를 적복진으로 밉니다. 하지만 홍력은 부찰 씨에게 적복진 당첨(;;)을 의미하는 여의를 거의 부찰 씨 손 위에 얹기까지 했다가 거두어버립니다. 그리고 부찰 씨를 측복진으로, 희월 격격(시첩 격격이 아니라 대가집 아가씨를 의미하는 격격입니다)은 탈락의 의미로 황금 백 냥인가 만 냥이던가를, 그리고 청앵에게 적복진 당첨 여의를 줍니다. 하지만 우리 옹정 황쌍께서 어떤 변수 때문에 청앵을 곧장 집으로 돌려보내고 부찰 씨를 적복진으로, 희월을 격격으로 정하게 하시니, 홍력이 엄청 졸라서 청앵을 측복진으로 봉하고 홍력은 보친왕이 되더군요. 랑화 입장에서는 줬다 뺏었다 줬다...

 희월은 아예 왕부에 들지도 못할 뻔한 것을 옹정 황쌍께서 구원해주신 것이고 그게 청앵과는 관계가 없... 적어서, 랑화에 비하면 덜 억울한데 더 악에 받친 것 같습니다. 성격이죠. 원래 성격이 '현숙함'과는 거리가 먼 것같고요. 명문대가의 따님인 부찰 씨는 자존심에 스크래치 많이 생겼을 것 같네요, 처음부터. 적복진으로 왕부에 들어왔음에도 독수공방 & 청앵이 측복진 된 것이 억울할 거라고 홍력은 총애 몰빵하시고 그래서 황상이 황썅인 것... 

 왕부시절의 청앵은 안하무인이라기보다는 역시 명문가 출신 & 황후 질녀라는 신분때문에 자질구레한 것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 성격인 것 같고 그래서 여기저기 자기도 모르게 적을 만들고 다니는 것 같은 느낌어었습니다. 아 물론 보친왕 전하의 눈치없는 총애 몰빵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요. 그러니까 황썅...


1-1. 

뉴호록 씨가 드라마에서도 빼먹지 않고 '애미야 국이 짜다'를 시전하시는군요 ㅠㅠ

경인궁 황후는 원작 대비 청앵을 매우 예뻐합니다. (이것도 스포인가요 ㅠㅠㅠㅠㅠㅠ)


2. 새벽에 뽕빨로 번역 마치고 수정하면서 다시 봤는데, 다시 봐도 감동이네요ㅠㅠㅠ


3. 들어보니 예심惢心 발음이 ruixin 일줄 알았는데 suoxin 이더군요. 그럼 예심이 아니라 쇄심이 되는 것 아닌지....... 잘 아시는분 댓글 바라요.





  1. [역자주] 景泰蓝, 동기(銅器) 표면에 무늬를 내고 파란을 발라서 불에 구워낸 공예품. 명대 경태(景泰) 연간에 베이징에서 대량으로 제작하기 시작하였으며 ‘蓝色’(푸른색)를 띠기 때문에 이 같은 이름이 붙음. [본문으로]
  2. [역자주] 오조룡五爪龍: 발톱이 5개인 오조룡은 황제를, 4개인 사조룡은 황태자 및 제후를 상징한다. [본문으로]
  3. [역자주] 상상의 동물로서 뿔이 난 작은 용. [본문으로]
  4. [역자주] 지현知县: ‘지모현사(知某县事, 어떤 현의 일을 앎)’의 준말로 송(宋)대에는 중앙 기관의 관리가 현관(縣官)에 임명되는 것을 가리켰으며, 명청(明淸)시대는 현(縣)의 지사를 말함 [본문으로]
  5. [역자주] 지부知府: 부지사(府知事). 명청(明淸) 시대 부(府)의 장관.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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