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각 안에서 침수향의 향기가 짙게 퍼져 나와 코를 찌르니, 여의는 조금 놀랐지만 마음 속에 어떤 생각이 있어도 그 이야기를 꺼낼 엄두를 내지 못하고 그저 필사적으로 눌러 참고 있었다. “영련은 정궁 적출 소생이니 황상께서 태자로 세우시는 것도 인정과 도리에 맞는 일이지요.” 황제는 죽을 한 입 먹고 자기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다. “짐은 어릴 때부터 스스로가 적출 소생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 서출인 아이의 신분은 아무래도 같지 않았다. 설령 이제 황제가 되었다 해도, 한밤 중에 꿈에서 깨면 여전히 가슴이 두근거리고 억울하다. 개국 이래로 순치제부터, 강희제, 선제, 그리고 짐에 이르기까지 모두 서출이었다. 짐은 정말로 짐의 아들은 그 누구도 트집 잡을 수 없는 귀한 신분의 당당한 적출 소생이었으..
황제는 잠시 조용히 정원에 아득하게 핀 홍매화를 바라보고만 있었으니, 암홍색 꽃술을 내어놓은 것이 마치 피비린내 나는 붉은 점이 수없이 많이 튀어 있는 것 같았다. 여의는 조심스럽게 황제의 안색을 살폈으나, 황제의 안색은 평온하기 그지없어 마치 가을날의 맑고 깨끗한 호수 수면처럼, 해질녘 황금빛 따뜻한 햇살이 그 수면 위에 흩뿌려진 것처럼 따뜻한 기색을 띠며 아무것도 드러내지 않는 것 같았다. 황후는 여의의 손을 누르며 조용히 앞으로 나아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혜귀비의 말이 조급한 감은 있지만, 신첩은 이 온 궁중에 어느 누구든 무슨 일이든 막론하고 대청의 국조(国祚, 나라의 복)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고 사료되옵니다.” 여의는 ‘목매어 죽는다’는 말에 생각이 이르자 온몸에 한기가 드는 것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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