뭇 사람들은 어리둥절하여 서로 쳐다보고만 있었으니,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아직 알아차리지 못했다. 여의는 재빨리 정신을 차리고 곧바로 외쳤다. “이귀인의 목소리다. 어서 가보지 않고 무얼 하는 게냐!” 여의는 잠시 마음이 조급하여 즉시 데려온 사람들을 먼저 들여보내고나서 난각에 들어가보니, 이귀인이 겁에 질려 난각에 있는 자주빛 배꽃과 덩굴 문양의 미인탑(美人榻, 고대의 여인들이 잠시 휴식을 취할 때 사용하던 좁고 긴 의자) 위에 웅크리고 있었다. 여의가 “이귀인”하고 부르자, 이귀인은 대경실색하여 새하얀 얼굴이 검푸르게 물들며 바닥에 있는 수놓인 담요를 가리키면서 외쳤다. “저 좀 살려주세요! 한비마마, 빨리 저 좀 살려주세요!” 여의는 시선이 바닥에 닿자 깜짝 놀라 하마터면 뒷걸음질 칠 뻔 ..
매귀인이 총애를 잃은 것은 이미 정해진 것 과도 같았다. 낳은 것이 그토록 불길한 ‘죽은 아이’였기 때문에, 출산 전의 총애는 그녀가 출산한 후 거의 사라져 버렸다. 어떠한 위로도 없고, 단 한 번의 병문안도 없고, 그동안 꽃과 비단을 펼쳐 놓은 듯 화려했던 영화궁은 이렇게 적막해져 아무도 발을 들여놓지 않았고, 가장 어질고 총명한 황후마저도 놀라서 피하며 다시 가지 않았다. 황후는 만나서 감정 상할 것을 두려워하여 매귀인이 영화궁에서 한 걸음이라도 나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으며, 몸조리가 끝난 후에는 편전에서 복을 빌던 법사마저도 보화전으로 돌아가게 하였으니, 오직 적막한 바람과 눈 내리는 소리만이 마찬가지로 쓸쓸하고 슬픈 매귀인과 함께 할 뿐이었다. 며칠간 보기 드문 맑은 날씨에 또 초열흘이 돌아와 ..
사방은 끔찍할 정도로 고요했고, 이따금씩 정원을 관통하는 바람소리가 마치 이름 모를 괴물이 어둠 속에 몸을 숨기고 나지막한 울음소리를 내는 것 같았다. 모든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얼이 빠져 있었다. 거친 바람과 성난 파도와 같은 마음 속의 떨림이 솟구쳐, 여의는 비틀거리며 무의식 중에 자신의 입을 틀어막고 터져나오려는 비명을 간신히 억눌렀다. 강보 속의 아이는 사지는 비쩍 말랐지만 복부는 머리만큼 커다랐으며 청남색으로 기이하게 물들어있었다. 더욱 끔찍한 것은 아이의 몸에 남녀의 특징이 모두 있다는 것이었다. 황제는 놀라서 손을 덜덜 떨었고, 하마터면 본능적으로 아이를 밀쳐낼 뻔했다. 다행히 왕흠이 확실히 붙들고 있었지만, 왕흠도 두려운 표정을 지으며 두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팔에 안고 있는 아이를 어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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