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는 혜귀비를 보며 다소 무관심한 듯 거리를 두었다. “됐다. 짐이 이미 왕흠을 처리했으니, 그대도 그만 울거라. 먼저 궁으로 돌아가보아라.” 혜귀비는 마음 속이 억울함으로 가득하여 무어라 더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황제는 그토록 냉담하고 소원한 말투로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짐이 다시 그대를 보러 갈 것이니, 돌아가보라.” 혜귀비는 하는 수없이 아쉬워하며 물러나올 뿐이었다. 여의는 얼굴에 수심이 가득한 연심을 보며 말했다. “황상, 이 일은 왕흠에게 큰 죄가 있는 것이고 연심은 죄없이 피해를 당했을 뿐이옵니다. 누가 왕흠과의 대식을 하사받든, 이런 운명을 맞닥뜨릴 수밖에 없사옵니다. 황상께서는 연심이 황후마마를 오래 모셔온 것을 보아 연심을 더는 벌하지 말아 주시옵소서.” 황제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
여의는 연심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손수건을 받아 들었다. 거리가 가까워지니 비로소 연심의 세심하게 칠한 연지분 아래로 두 눈꺼풀이 살짝 부어 있는 것이 보였으니 울었던 것 같았다. 여의는 마음속으로 알아차렸다. 연심은 평소에 비록 좀 오만 방자했지만, 지금은 가련하여 자기도 모르게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들었다. “정말 고맙구나. 보아하니 곧 비가 내릴 것 같구나. 어서 돌아가 보아라. 비를 맞으면 좋지 않다.” 아약이 갑자기 웃더니 말했다. “비 좀 맞으면 어떤가요. 이제 연심 언니와 우리는 같지 않은데요. 비 맞으면 걱정하는 사람도 있고 말이어요.” 여의는 작은 소리로 꾸짖어 막았다. "아약, 궁으로 돌아가자." 아약이 두어 걸음 걸어가다가 발을 멈추고 몸을 돌려 방글방글 웃으며 연심을 아래위로 훑어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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