뭇 사람들은 어리둥절하여 서로 쳐다보고만 있었으니,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아직 알아차리지 못했다. 여의는 재빨리 정신을 차리고 곧바로 외쳤다. “이귀인의 목소리다. 어서 가보지 않고 무얼 하는 게냐!” 여의는 잠시 마음이 조급하여 즉시 데려온 사람들을 먼저 들여보내고나서 난각에 들어가보니, 이귀인이 겁에 질려 난각에 있는 자주빛 배꽃과 덩굴 문양의 미인탑(美人榻, 고대의 여인들이 잠시 휴식을 취할 때 사용하던 좁고 긴 의자) 위에 웅크리고 있었다. 여의가 “이귀인”하고 부르자, 이귀인은 대경실색하여 새하얀 얼굴이 검푸르게 물들며 바닥에 있는 수놓인 담요를 가리키면서 외쳤다. “저 좀 살려주세요! 한비마마, 빨리 저 좀 살려주세요!” 여의는 시선이 바닥에 닿자 깜짝 놀라 하마터면 뒷걸음질 칠 뻔 ..
여의의 연금은 햇살이 찬란하고 청명한 오후부터 시작되었다. 주홍색의 커다란 궁문이 “끼익”하는 소리를 내며 뒤에서 단단히 닫히고 나서 쇠사슬이 겹겹이 잠기는 소리가 들렸다. 이 문이 다시 열릴 날이 언제일지는 여의 자신도 알지 못했다. 연희궁의 궁인들은 당황하며 눈물을 흘리며 서둘러 바닥에 무릎을 꿇었지만 누구에게 무릎을 꿇어야 할지 몰랐다. 해란은 후전에 있다가 깜짝 놀라서 허둥지둥 달려와 말했다. “형님, 무슨 일이어요? 어째서 연희궁 대문을 잠그는 것이어요?” 여의는 정원 한가운데에 서있다가 천천히 계단을 올라가니, 쏟아지는 햇빛이 푸른 잎사귀가 무성한 나뭇가지 사이를 뚫고 온 땅에 어른거리는 빛을 흩뿌려 놓았다. 그런 청량한 햇빛이 하늘에서 쏟아져 내려오는 것을 고개를 들고 바라보니, 구중궁궐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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