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의 연금은 햇살이 찬란하고 청명한 오후부터 시작되었다. 주홍색의 커다란 궁문이 “끼익”하는 소리를 내며 뒤에서 단단히 닫히고 나서 쇠사슬이 겹겹이 잠기는 소리가 들렸다. 이 문이 다시 열릴 날이 언제일지는 여의 자신도 알지 못했다. 연희궁의 궁인들은 당황하며 눈물을 흘리며 서둘러 바닥에 무릎을 꿇었지만 누구에게 무릎을 꿇어야 할지 몰랐다. 해란은 후전에 있다가 깜짝 놀라서 허둥지둥 달려와 말했다. “형님, 무슨 일이어요? 어째서 연희궁 대문을 잠그는 것이어요?” 여의는 정원 한가운데에 서있다가 천천히 계단을 올라가니, 쏟아지는 햇빛이 푸른 잎사귀가 무성한 나뭇가지 사이를 뚫고 온 땅에 어른거리는 빛을 흩뿌려 놓았다. 그런 청량한 햇빛이 하늘에서 쏟아져 내려오는 것을 고개를 들고 바라보니, 구중궁궐의 ..
황제는 잠시 조용히 정원에 아득하게 핀 홍매화를 바라보고만 있었으니, 암홍색 꽃술을 내어놓은 것이 마치 피비린내 나는 붉은 점이 수없이 많이 튀어 있는 것 같았다. 여의는 조심스럽게 황제의 안색을 살폈으나, 황제의 안색은 평온하기 그지없어 마치 가을날의 맑고 깨끗한 호수 수면처럼, 해질녘 황금빛 따뜻한 햇살이 그 수면 위에 흩뿌려진 것처럼 따뜻한 기색을 띠며 아무것도 드러내지 않는 것 같았다. 황후는 여의의 손을 누르며 조용히 앞으로 나아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혜귀비의 말이 조급한 감은 있지만, 신첩은 이 온 궁중에 어느 누구든 무슨 일이든 막론하고 대청의 국조(国祚, 나라의 복)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고 사료되옵니다.” 여의는 ‘목매어 죽는다’는 말에 생각이 이르자 온몸에 한기가 드는 것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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